서평 - 『인간복제논쟁』, 『대담』

1978년부터 1995년까지 한 미국인이 과학자, 컴퓨터공학자들에게 소포로 위장한 폭발물을 발송했다. 이외에도 범인 시어도어 카진스키는 몬태나주의 숲에서 운둔하며 기술 발전을 비판하는 강령을 작성했고 폭발물로 언론사를 위협해 이를 공표했다. 요지는 “과학기술은 연구비를 후원하는 기업체의 욕구에만 복종할 것이다. 생명윤리법은 미래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였다.

생명 파멸론자(파멸론자)란 『인간복제논쟁』의 저자 도미니크 르쿠르가 생명공학, 유전공학 등의 발전을 저지하려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카진스키는 급진적 파멸론자의 대표적 예였던 것. 파멸론자들은 “인간복제에 의해 유전적 결함이 있는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프랑스에서는 파멸론자들이 주도한 여론에 의해 지난 해 7월 인간배아복제를 ‘반인륜적 범죄’로 규정하는 생명윤리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저자는 일단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인간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라며 파멸론자의 반대편에 선다. 그는 “복제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할 것이다”는 파멸론자들을 향해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근대 이전에 인간은 신의 절대성에 지배당했고, 이후 천부인권설과 사회계약론이 신을 대체했다. 우리가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역사적으로 변화해 왔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개념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르쿠르가 기술낙관론에 무조건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프랜시스 베이컨 등의 기술낙관론자들은 “인간은 과학적 시도를 통해 태초 신에게 부여받았으나 타락으로 인해 상실했던 완벽성을 회복할 것이다”고 강변했다. 이와 같이 “인간복제를 통해 종교적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저자는 “과학기술을 이용해‘새로운 아담’을 창조한다는 말이야 말로 고귀하고 신성한 시도가 아니겠는가!”라고 답한다. 그러나 이는 찬양이 아니라 조소 어린 탄식이다.

최근 인문학자 도정일 교수(경희대[]영어학부)와 자연과학자 최재천 교수(생명과학부)는 『대담』에서 인간복제, 예술, 정신분석학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들도 생명공학의 윤리적 정당성, 인간복제가 가져올 사회적 파급 등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 그러나 『인간복제논쟁』의 현학적 접근에 비해 『대담』의 논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생명공학의 윤리적 정당성을 놓고 최 교수는 “누구를 위한 생명윤리인가?”가 문제라며 “내 가족에게 난치병이 있다면 세상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생명공학 연구를 지지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다. 도교수는 이에 대해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만인이 받아들일 시원하고 결정적 해법은 없을 것”이라며 비교적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한편 그는 미래에 “돈 있는 사람은 생명기술의 혜택으로 오래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적당히 살다가 죽으라면 사회는 뒤집어질 것”이라며 인간복제로 인한 새로운 계급사회의 탄생을 우려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영혼이 복제될 수 있는가?”를 놓고 각각 독특한 의견을 내놓는다. 도교수는 “영혼은 죽음으로 인한 소멸 앞에서 인간이 자기방어를 위해 고안한 자기기만”이라며 영혼의 실체 자체에 의문을 갖는다. 최 교수는 “영혼도 DNA의 일부이므로 복제될 수 있으나 문화적 환경에 의해 변형될 것”이라 본다.

최근 인간배아복제 실험에 사용된 난자의 출처와 매매 여부에 대한 의혹으로 인해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곤경에 처했다. 이는 실험 과정에서의 윤리적 결함이 빚어낸 사건이다. 실험 과정을 넘어 실험의 성공이 낳을 결과에 대한 고민들은 어디에 있는가? 『인간복제논쟁』과 『대담』이 이 고민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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