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세계학계동향 ③의학 윤석현 교수(하버드대·의학)

20세기 초 꽃피웠던 물리학에 견주어 많은 학자들이 21세기를 생물학의 시대라 예견한다. 복제양 돌리의 탄생을 비롯해 최근 완성된 인간 게놈지도, 황우석 박사의 인체 줄기세포 추출 등의 굵직한 사건들이 이어졌다. 실로 생물학 전반에 걸쳐 발전이 두드러진다.

생체 이미징(imaging)은 빛을 이용하여 살아있는 생물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생물현상을 직접 관찰하며 탐구하는 기술로, 큰 관심과 기대를 받으며 급속히 성장하는 분야다. 특히 물리, 화학 등의 여러 학문분야가 참여하는 성공적인 융합 학제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현미경이 슬라이드 유리판 위에 잘 준비된 세포를 보여주는 데 그쳤던 반면, 생체 현미경은 생명체 내부를 볼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해 생물학자들은 생명체 내에서 특정 세포의 움직임을 추적하거나 세포 내의 생화학 활동을 검출하고,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는 과정까지도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배양된 세포에서 인위적으로 행해지던 기존의 연구를 대신해 살아있는 실험용 쥐에 직접 실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형광 기술- ‘코넬 닷’과 ‘퀀텀 닷’

지난 5월 미국 화학회가 발간하는 「나노 레터즈」라는 학술잡지에 실린 논문은 이 분야의 한 동향을 대변해 준다. 코넬대 연구진에 의해 ‘코넬 닷’이라 명명된 이 신물질은, 크기 2나노미터(나노=1억분의 1)의 형광색소 분자를 약 20나노미터의 유리 껍질로 싼 형태를 하고 있다. 유리 껍질에 특정 항체를 부착하면 그 항체와 일치하는 수용체를 지닌 특정 세포나 단백질 또는 유전자까지 그 형광색소 분자를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전달된 형광 분자는 빛을 흡수해 고유한 색깔의 형광빛을 발하게 되는데, 따라서 과학자들은 형광 현미경을 이용해 이 나노물질이 부착된 측정 세포를 관찰하거나 유전자 발현 과정을 실시간으로 규명할 수 있다. 기존의 형광 분자에 직접 항체를 부착하던 방법에 비해 보호막 역할을 하는 유리 구슬로 인해 더 오랜 시간 화학적으로 안정되고 밝은 형광을 발하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로 만들어지는 형광 나노소자인 ‘퀀텀 닷’은 몇 년 전 학술 잡지 「네이처」에 올해의 발명품으로 꼽힐 정도로 각광을 받아온 또 하나의 신물질이다. 이 나노 물질들의 크기는 현재 약 10∼30나노미터로, 형질막을 통해 세포질로 침투할 수는 있지만, 세포가 응집해 있는 조직 속에 있는 암세포를 찾아내는 등의 임상응용에 사용하려면 크기가 더 작아져야 한다. 따라서 화학자들은 원자를 깎는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직경을 수 나노미터 수준으로 떨어뜨리려 노력하고 있다.
 
◆ 비선형 광학 기술

우리가 눈으로 피부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는 이유는 빛이 조직 내부에서 산란되어 깊이 침투를 못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생체조직 내부를 깊이 수십 마이크로미터(마이크로=1백만분의 1) 이상 들여다 보기 위해 동초점 현미경이라는 기술이 사용되어 왔다. 바늘구멍 카메라의 원리를 사용한 동초점 현미경은 음극선 모니터에서와 같이 레이저를 주사하여 영상을 얻는다. 대물렌즈의 초점면을 조직 내에 보고자 하는 단층에 맞추고 광검출기 앞에 바늘구멍을 두어 초점 밖에서 산란 또는 형광된 빛을 막고, 초점면에서 방출되는 빛만을 감지하여 깨끗한 단면상을 얻는다. 초기에는 생체 형광 이미징 방법으로 이 기술을 사용했으나, 워낙 초점 밖에서 발생하는 형광빛이 강해 불과 깊이 100마이크로미터 이상을 보기 어려웠다.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90년대 초 광학 물리학자들에 의해 제시됐다. 아주 짧은 광펄스를 형광 분자에 쪼이면 펄스가 갖는 강력한 전기장에 의해 분자가 두 개의 광자를 동시에 흡수하여 형광을 발하는 비선형 현상이 일어난다. 이때 사용되는 레이저 빛의 파장은 형광빛 파장의 두 배에 해당한다. 발생하는 형광의 양은 빛의 세기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이 현상은 펄스의 세기가 최고에 달하는 대물렌즈의 초점에서만 효과적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동초점 현미경에서 문제가 됐던 초점 밖에서 발생하는 형광이 비선형 기술로 제거된 것이다. 이 기술로 생물학자들은 생체조직의 1밀리미터 깊이까지 탐구할 수 있게 됐고 각종 형광 분자, 나노 물질의 개발과 더불어 생물학에서 생체 이미징의 용도를 획기적으로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과학자들은 가느다란 광섬유를 통해 생체 이미징 기술을 인체의 질병 검진에 활용하는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 새로운 생체 바이올로지

생체 이미징이 생물학에 끼친 영향은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최고 학술잡지에 거의 매회에 걸쳐 실리는 논문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생물학자들은 이제 첨단 생체 현미경으로 생쥐의 림프절에서 일어나는 면역세포들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암세포가 혈관벽을 침투하여 조직에 안착하는 전이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두 형광 분자 사이 거리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형광 색깔이나 형광발생 속도를 측정함으로써 세포 내의 효소 반응이나, 칼슘이온 또는 수소이온 농도를 측정한다. 새로운 생체 내에서의 생물 연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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