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정권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보급·확산하는 데 이용됐다는 문제 제기는 국민교육헌장뿐 아니라 도덕 교과서에 대해서도 일고 있다.

김상봉 교수(전남대·철학과)가 최근 출판한 『도덕교육의 파시즘』을 둘러싼 논란이 그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도덕 교과서가 국가를 어머니의 품에 비유하며 국가에 대한 개인의 의무감과 희생정신을 혈연적 유대감으로 끌어내려 한다”며 도덕 교과서의 내용에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의 도덕교육이 국가권력의 이데올로기를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는 도구로서 기능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독재 정권이 만든 국민윤리교육학과가 오늘날까지 기득권을 갖고 도덕 교육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도덕 교육이 왜곡됐다”며 “현재 도덕 교육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동현 교수(성균관대·철학과)는 도덕 교육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는 문제의식과 관련해 김상봉 교수와 김광수 교수(한신대·철학과) 등과 함께 2000년부터 도덕교과서에서 정치적 요소를 없애고 철학계가 도덕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는 “유신 체제 속에서의 도덕 교육은 파시즘에서 출발했으나 이후 계속 변화했다”며 “도덕 교과에 아직 과거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은 인정하나 지금까지의 도덕 교육을 전부 파시즘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창우 교수(국민윤리교육과)는 김상봉 교수의 주장에 대해 “도덕 교과는 전통적인 수신(修身)교육의 연장인 도의 교육을 우선했으며 반공 교육은 부수적인 것이었다”며 “도덕 교육이 정권의 시녀 노릇을 했다고 말하는 것은 과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도덕교육의 파시즘』은 도덕교육의 정체성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그 내용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무책임한 비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철학적 관점뿐 아니라 교육·정칟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도덕 교육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7차 도덕 교육과정 개정에는 철학계가 기존의 윤리 교육계와 함께 참여했으며, 내년에는 도덕 교과서가 검정화돼 철학계에서도 도덕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 정 교수는 “현재 철학계와 교육계가 좋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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