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민속악기박물관’ 개관

지난 달 27일 파주시 통일동산 내 헤이리 아트밸리에 국내 최초의 악기 박물관인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이 개관했다. 이 박물관은 소규모의 민속악기 전문박물관으로 60여 개 나라의 200여 종의 민속악기들을 소장하고 있다.

18년 전부터 우즈베키스탄, 가나, 페루, 아프리카 등지를 여행하면서 악기를 수집해 온 박물관장 이영진씨는 “민속 악기를 통해 각 민족의 기반, 역사, 생활상, 지역성까지 알 수 있다”며 수집 동기를 설명했다. 그는 “독일에는 인구가 4∼50만에 불과한 도시에도 악기 박물관이 3개나 있고, 프랑스, 일본, 미국 등에서도 악기 박물관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은 반면 우리나라에는 악기 박물관이 없어 안타까웠다”며 박물관을 세우게 된 계기를 밝혔다.

악기라고 하면 대개 바이올린이나 첼로와 같은 고전 악기만을 떠올리지만, 일상적인 소재들도 다채로운 색채와 섬세한 조각을 입고 훌륭한 악기로 변신한다. 움직일 때마다 고운 비 소리가 나는, 페루의 ‘레인스틱’은 2미터 길이의 선인장 줄기 속을 판 다음 그 안에 조개껍질이나 돌을 넣어 만든 악기다. 인도 전통 악기 ‘비히트라베에나’은 두 개의 공명통을 호박으로 만든 것인데, 명상음악이나 장엄한 음악에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실로폰의 전신인 ‘발라폰’은 박으로 공명을 만들어 투박하고도 고운 음색을 낸다.

특이하고 진귀한 소재를 사용해 예술품에 가까울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진 악기들도 눈에 띈다. 물소가죽으로 만든 북 ‘짐바브웨’(가나), 양가죽을 벗겨 만든 주머니 속의 공명으로 소리가 나는 ‘두다’(불가리아), 당나귀 턱뼈로 만든 ‘챠크이나’(페루)는 소재가 악기에 그대로 드러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아직 모든 악기가 완전히 해제되지 않아 일부 악기는 그 악기가 어떻게 연주되며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몇몇 타악기는 관람객이 직접 때려볼 수 있으며, 레인스틱과 인도네시아 북 젬베 등의 악기는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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