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음악, 월드뮤직

월드뮤직, 얼핏 들으면 세계 모든 음악을 칭하는 것 같지만, 이는 팝 음악의 주류인 영미권의 입장에서 비 영어권인 제3세계 음악을 통칭하던 용어에서 유래돼 하나의 특정 장르처럼 인식된 것이다. 팝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리듬과 선율, 진한 정서에 녹아든 제3세계 민중의 정치적, 사회적 저항의식이 국내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해 점차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팝 음악 일색이었던 대중음악의 키워드가 21세기 들어 월드뮤직으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변방의 음악’이라고도 불리는 월드뮤직은 민족음악이나 토속적 특색을 담아 독특한 느낌을 준다. 낯설면서도 친근한 제3세계의 소리와 음악은 최첨단 기계를 사용한 차가운 테크노 음악이나 정형화된 발라드 음악과 달리 민족의 생생한 역사와 그들의 체취가 그대로 묻어난다.

월드뮤직의 원류로는 무엇보다도 쿠바와 브라질의 음악을 들 수 있다. 지난 2000년 개봉됐던, 쿠바 출신 가수들의 인생을 그린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독특한 민족성을 느낄 수 있는 월드뮤직의 매력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또한 브라질은 올해 초 브라질 대중음악에 큰 획을 긋고 있는 인기가수 지우베르또 지우를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 발맞춰 지난 달 KBS FM에서는 북유럽 켈틱 음악을 집중 소개하는 특집 ‘월드뮤직의 보고, 북유럽을 가다’를, MBC FM에서는 중남미 4개국 라틴음악을 소개하는 ‘음악기행’을 각각 방송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앙일보」는 월드뮤직을 소개하는 ‘월드비트’를 연재하고 있다.

MBC FM에서 매일 새벽 4시에 방송되는 ‘송기철의 월드뮤직’은 이른 방송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청취자 모임인 ‘월드뮤직을 사랑하는 사람들’(http://club.imbc.com/club/worldmusic)에는 1400명에 달하는 회원이 가입해 게시판과 정기모임을 통해 월드뮤직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자료실에서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월드뮤직 파일을 다운받아 감상할 수도 있다. 회원인 김민석씨는 “세계 여러 민족들의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바탕으로 한 음악인데도 낯설지 않고 친근하다”며 “월드뮤직의 리듬에 매료돼 직접 타악기를 구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가볍고 쉬운 음악들에 젖어들기 쉬운 요즘, 갖고 있는 명칭만큼이나 넓고도 깊은 월드뮤직 속에서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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