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수많은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쌀협상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쌀협상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면합의, 밀실합의를 포함해 사대적으로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줘 국가별 쿼터를 한 것 등이 그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지금 미국의 농업개방압력에 반발하며 자국의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개방을 선택한 것이다.

쌀협상 비준안이 통과된 상태에서는 시장에 유입되는 쌀물량이 확대되고,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싼 수입쌀을 당장 내년부터 사 먹을 수 있게 돼 우리 쌀은 경쟁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 게다가 농민들은 추곡수매제도 폐지로 인해 기본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했다. 이미 쌀가격은 20~30%가 하락하여 농민들은 쌀을 시장에 내다팔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비관하여 농민들은 최근 죽음의 대열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11일 농민의 날에 고 정용품 농민은 “농촌이 정말 어렵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고, 이 사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 채 마르기 전인 13일 “쌀개방 안돼, 우리 농민 안돼. 죽여라, 나는 간다”며 고 오추옥 여성농민이 농약을 마시고 생을 마감했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쌀비준안이 통과된 23일 진성규 농민이 집회 중 분신을 했다. 그리고 24일, 어이없게도 15일 집회에서 경찰의 폭력진압 중 집단폭행으로 고 전용철 농민이 유명을 달리하게 됐다.

15일에 열린 농민집회 때 정부의 태도는 정부가 농민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부는 농민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막고, 그러한 목소리마저 내지 못하도록 공권력으로 철저히 탄압했다. 국회에 있는 사람들 역시 선거 때는 농민들에게 쌀개방을 막겠다는 공약을 걸었으나 당선된 후에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였다. 이러한 기만적인 현실은 농민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한다.

쌀개방은 농업을, 농민을 죽인다고 한다. 이는 메타포가 아니다. 농업포기정책이 계속된다면, 바로 지금 유명을 달리한 수많은 분들을 시작으로 앞으로 얼마나 많은 농민들이 죽게 될지 알 수 없다. 식량주권, 민족농업, 농민, 그리고 수많은 국민들의 생명줄이 달려있다. 정부는 더 이상 농민을 죽이지 말아야 한다.          

황종섭 지역시스템공학과ㆍ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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