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금) 진행된 2023학년도 1학기 교육환경개선협의회(교개협)에서 총학생회(총학)가 제안한 0학점 등록제에 본부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부는 이날 0학점 등록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조속한 시일 내 0학점 등록제의 도입에 관한 본격적 논의를 시작하겠다”라고 답변했다. 0학점 등록제가 본격 추진되면 학칙 등 다양한 법제의 개정이 수반될 것으로 보이며, 본부는 총학 측에 제도 도입 진행 상황을 공유할 것을 약속했다.

졸업유예제도의 일환인 0학점 등록제는 졸업 요건을 충족한 학생이 학점 수강 및 등록금 납부 의무를 지지 않은 채 추가 학기를 등록할 수 있는 제도로, 취업 준비 등의 이유로 졸업 유예를 원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그 필요성이 대두됐다. 지난달 총학이 실시한 교육환경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86명 중 약 67.5%가 휴학생보다 재학생 신분이 취업에 더 유리하다고 답했다. 

이번 교개협에서 논의된 0학점 등록제는 일반적인 졸업유예제도의 틀에 서울대의 현행 졸업제도인 졸업신청제의 장점을 가미한 형태다. 일반적인 졸업유예제도에서는 졸업유예를 선택한 학생이 유예기간 후 다시 학점을 들을 수 없지만, 현행의 졸업신청제는 학생들이 원하는 시기에 졸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총학 측은 “최대 2학기의 0학점 등록 기간이 끝난 후에는 졸업, 등록, 휴학 등의 선택지가 모두 가능하게끔 안을 구상했다”라면서도 “확정된 안은 아니기에 추진 과정에서 다소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졸업유예제도와 관련된 논의는 과거 교개협에서도 두 차례 전개된 바 있으나 본부가 긍정적 입장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고등교육법이 개정됨에 따라 학사학위 취득 유예가 명문화됐지만, 강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대에는 관련 규정이 생기지 않았다. 이에 2021 교개협에서 처음으로 졸업유예제도의 신설이 논의됐으나 당시 본부는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신설을 보류했다. (『대학신문』 2021년 10월 4일 자) 이후 제62대 총학 선거운동본부 「자정」은 학점 수강 없이도 재학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0학점 등록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자정」이 당선되며 2022 교개협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됐지만 당시 본부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고, 논의가 완결되지 못한 0학점 등록제 공약을 제63대 총학 「정오」가 이어받았다.

한편 국내 타 대학의 상당수는 졸업유예제도를 이미 시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사단법인 대학교육연구소에서 발표한 ‘졸업유예제도 운영 및 현황’에 따르면, 국공립대와 입학정원 2천 명 이상 수도권 사립대 61개교 중 41개교(67.2%)가 졸업유예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김지원 씨(화학생물공학부·16)는 “취업준비생이 졸업예정자 신분을 유지하면 졸업 후의 공백 기간 동안 무엇을 했냐는 까다로운 질문에 대한 압박감을 덜 수 있다”라며 “올해 안에 관련 제도가 정립돼 동문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인포그래픽: 박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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