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심포지엄」-‘한국인의 삶과 전통’

국어학, 역사학, 철학,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진행돼온 한국학 연구 결과를 한 자리에 모은 「2005년 제2차 서울대학교 한국학 심포지엄」이 지난 1일(목) 교수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인의 삶과 전통’이란 주제 아래 국문학, 인문학, 사회과학의 3개 분과 발표로 진행됐다.

국문학 분야에서는 남ㆍ북한 문법, 개화기 한글 등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권재일 교수(언어학과)는 ‘남북 언어의 문법 표준화에 관한 연구’ 발표에서 남ㆍ북한 문법을 비교ㆍ대조했다. 예를 들어 북한 문법에는 품사의 분류체계 내에 조사가 없는 대신 남한 문법의 조사, 어미, 파생접사를 묶은 ‘토’라는 품사가 있다. ‘~갗, ‘~들’, ‘~습니다’ 등이 각각 격토, 복수토, 맺음토 등의 토다. 권 교수는 이밖에 높임법, 시제법 등의 남ㆍ북한 문법 차이를 설명했다.

권 교수는 “동일 언어를 다른 방법으로 기술하는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며 “남북통일 시기를 대비한 통일문법 체계를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론에 참여한 구본관 교수(이화여대ㆍ국어국문학과)는 “남ㆍ북한 문법의 차이를 절충ㆍ합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므로 새로운 문법체계를 창조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또 임홍빈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만일 통일문법 체계에서 북한의 ‘토’체계를 수용한다면 그동안 사용해온 국어사전, 국문법 연구성과를 전면 폐기해야 할 것”이라며 문법통합이 낳을 사회적 비용문제를 우려했다.

한편 역사학, 철학 등 인문학 분야 발표에서 송기호 교수(국사학과)는 ‘발해의 쪽구들과 그 연원’을 주제로 발표했다. ‘구들’은 전면(全面) 난방시설인 온돌(溫突)이며, ‘쪽구들’은 방바닥의 일부만 달구는 초기 형태의 온돌을 가리킨다. 송 교수는 “발해 유적에서 발견되는 쪽구들은 고구려로부터 전래된 것”이라며 ‘발해는 말갈계 국가다’라는 학계의 일설을 일축했다. 그는 이 주장의 근거로 고구려인이 쪽구들을 사용한 점, 말갈족 주거지에서는 쪽구들이 조성되지 않은 점, 발해에 편입된 말갈족도 쪽구들을 사용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대해 이태진 교수(국사학과)는 “한국의 쪽구들ㆍ온돌에 관한 연구 중  최초의 본격적인 실증연구”라며 송교수의 연구성과를 호평했다. 이어 이 교수는  “그러나 쪽구들ㆍ온돌 방식이 북옥저에서 고구려로, 고구려에서 발해로 확산된 이유는 지구의 기후가 한랭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난방방식의 유사성을 들어 국가 간 문화적 동질성을 증명하려는 연구의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인문학 분야에서는 송 교수 외에 김영식 교수(동양사학과), 정원재 교수(철학과) 등이 각각 정약용 사상, 한국철학사상자료집 등에 대해 발표했다.

또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이철희 교수(경제학부)가 ‘한국의 고령노동: 경제활동과 고용구조의 장기적 변화’를 주제로 고령인구의 산업별 분포도, 고령남성 경제활동의 특성 등에 대해 발표했다. 또 하용출 교수(외교학과)는 산업화에 따른 사회변동양상 등을 비교정치학적으로 다룬 ‘후발 산업화와 국가, 그리고 사회변동 : 한국에서의 신가족주의의 출현’을 발표했다. 이밖에 한국 소득분배, 사회복지 등에 대해 구인회 교수(사회복지학과), 김준기 교수(행정학과)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는 서울대 출판부에서 한국학 모노그래프, 한국학 연구ㆍ자료총서 등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한국학 연구사업 운영위원회 위원장 송철의 교수(국어국문학과)는 “각 분야 전문가의 비평을 통해 한국학 연구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심포지엄을 평가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