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되고 있는 소비자의 위상

정보화, 세계화, 첨단화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소비자는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대학신문』은 지난 3일(토)‘제10회 소비자의 날’을 맞아 소비자주권시대에 달라진 소비자의 위상을 살펴봤다.

과거 소비자는 시장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대규모 집단임에도 권리의식 부재와 제대로 된 시장정보를 가질 수 없는 환경 등으로 인해 기업과 동등한 경제주체가 아닌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고도의 산업화, 정보화, 디지털화 등으로 표현되는 시장 환경의 변화는 소비자를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나 약자가 아니라 능동적 주체인 ‘신소비자’로 변화시켰다.

인터넷소비자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신소비자는 독립적 성향, 정보지향적 성향, 참여적 성향 등을 지니고 ‘맞춤소비’ 경향을 보인다. 맞춤소비의 특징은 소비자가 기업과 직접 접촉해 자신의 취향과 요구대로 상품을 기획하고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소비자의 맞춤소비는 최근 등장한 생산소비자(Prosumer)의 개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생산소비자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능동적으로 생산과정에 참여해 상품개발, 서비스 개선 등을 요구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생산소비자는 생산 이전의 상품기획에서 판매, 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생산과정 전반에 영향력을 미친다. 이러한 생산소비자의 활동은 기업의 상품, 콘텐츠 개발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상품을 홍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에 기업에서도 생산소비자의 긍정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가 프로슈머 마케팅이다. 고객만족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아이디어 공모 등을 통해 소비자의 의견을 수용하고, ‘트렌드헌터’제를 도입해 한발 앞서 소비자의 추세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소비자가 능동적인 경제주체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의 힘이 컸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은 기존의 피해구제나 불만사항 접수 등 통상적인 절차 외에도 안티사이트 등과 같이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수단을 제공해 소비자의 힘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광고와 같은 수단을 통해 공개적으로 소비자를 ‘왕’으로 표현하며 극진히 대접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변화된 환경은 능동적인 경제주체로서 소비자의 위상을 크게 격상시켰지만, 반드시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통신미디어의 발달은 정보 제공과 소비자 커뮤니티 개설 등 시장과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영향력 강화에 막대한 공헌을 하는 동시에, 정보과잉 현상을 초래하고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 속에 포함된 소비지향적 태도는 소비자의 소비욕망을 극대화해 충동소비를 부추기고 있고, 인터넷이 가진 익명성은 ‘악플’ 등의 악의적인 정보를 양산하고 있다. 

나종연 교수(소비자아동학부)는 새로운 소비자에 대해 “앞으로 소비자에게는 경제주체로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할뿐 아니라 능동적인 정보탐색을 통한 합리적 선택과 상품구매 전ㆍ후를 포괄하는 책임의식이 요구된다”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소비자간 공동체의식 함양과 기업과의 동반자적 관계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소비자주권은 강화됐지만 진정한 경제주체로서의 소비자를 향한 길은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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