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악의 선구자를 만난다

한국 양악의 '선구자'들의 행적을 한 데 엮은 『한국양악인물사Ⅰ-기억하고 싶은 선구자들』(지식산업사)이 출간됐다. 이 책은 국내에 수입된 양악을 접한 후 외국에서 양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돌아와 한국 양악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 49인을 선구자로 선정해 그들의 생애와 업적을 소개했다. 저자인 한상우씨(음악평론가)는 선구자의 범주를 광복 이전에 음악을 전공하고 기성 음악가로 활동을 시작한 1922년생까지로 잡고, 기악․성악․작곡․지휘․음악평론의 5개 분야로 나누어 인물을 소개했다. 

 

 

기악 부문에서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콘트라바스계의 대부 김흥교에 대한 설명이 흥미를 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던 시대에 홀로 콘트라바스를 택해 초창기 한국 오케스트라 부흥에 크게 공헌한 김흥교는 양악 연주법을 활용해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등 국악과 양악을 아우르는 음악세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이면서 '비운의 소프라노'로 사람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 윤심덕은 음악의 대중화에 불을 지핀 음악가이다. 특히 31세에 연인과 함께 투신자살하기 직전 녹음한 '사의 찬미'는 유행가의 효시라는 시각이 있을 만큼 당시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의 찬미'가 수록된 음반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유성기를 사들여 음반회사와 유성기 판매상이 호황을 누렸다는 사실로도 윤심덕이라는 소프라노가 당시 사람들의 생활 속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서울대 음대 현관에 있는 흉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는 현제명은 인기 있는 테너이자 작곡가이면서 음대 전신인 경성음악학교를 설립한 음악가다. 그는 한국 최초의 오페라인 '춘향전'과 '왕자 호동'을 작곡하기도 하고 한국 최초의 교향악단을 창설하는 등 작곡가이자 교육자로서 한국 양악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한국 양악의 지휘계에는 김생려, 임원식 등의 선구자가 있었다. 저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을 만들어 한국 오케스트라 발전에 공헌한 김생려와 서울예고 창설의 주역으로 한국 예술영재 교육의 기틀을 마련한 임원식과 같은 지휘자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 지휘계의 발전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또한 대표적인 음악평론가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평론집 『음악과 현실』을 쓴 박용구와 일간신문, 월간지 등에 글을 쓰며 문화계 전반에 걸쳐 업적을 남긴 유한철 등이 있었다. 특히 박용구는 70년 한국음악팬클럽을 창단해 음악 관련 글을 쓰는 사람들을 모아 토론의 마당을 만드는 등 현재의 중견 평론가들을 길러냈다.

 

 

이 책은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정도로 내용이 평이하다. 다만 한 권의 책에 많은 사람을 담다보니 개인에 대한 깊이 있는 각론은 기대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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