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문 우수작 이정봉

한동안 시를 쓰지 않았다. 의미 있는 이유를 들어 절필을 선언한 게 아니라 단지 상황이 그러했을 뿐이었다. 군대에 가 있다 보니 시에 대해서는 소원해지고, 시를 생각하기에도 버겁던 상황들 속에 처해 버둥거리다 보니 어느새 전역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를 쓰지 않는 나의 생활은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안 하던 것을 다시 시작하는 데에는 나름의 의미 있는 이유나 나름의 의미는 없으나 강제력은 가지고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 소모임을 제안한 김성국 학형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도 군대에 가 있는 동안은 시를 쓰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도 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리라 믿는다.


군대에 간 한 친구가 최근 들어 내가 쓴 시를 보고 평했다. 군대에 가기 전에 썼던 시보다 퇴행했다고. 군대의 바쁜 일상을 핑계로 전역 후 학업 준비를 핑계로 그 이외의 것들은 뭉뚱그려 손에서 놓아버린 나는, 나의 시가 퇴행했다는 말보다는 누군가의 시가 퇴행했다고 말할 수 있음이 놀라웠다. 휴가 나온 동안 술이 많이 약해져서 ‘너도 어쩔 수 없구나’ 했는데. 군대에서도 일상에서도 안이한 변명을 늘어놓던 나야말로 나의 시만큼이나 퇴행한 것이 아닐까 한다. 군대에서도 솔깃한 소리를 잘도 쏟아놓는 이상현 학형에게도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전한다. 고깝게 들릴 테지만, 부디 이번 겨울 따뜻하게 보내길 바란다.


나의 시들이 내 자신에 대한 변명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 자신이 내 시에 대한 변명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언제나 좋은 말만 해주는 관계는 기만적이다. 나의 시에 대한 애정이 왜곡된 것이 되지 않도록 늘 주의 깊게 붙잡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와 그리고 시와 기만적이지 않은 관계를 맺고 있으리라 믿는 청동거울과 시침과 수많은 문연 선후배님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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