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파란 것은 나에게 축복이다.
시작하는 모든 세계를 푸른빛으로 품는 것은 새벽에게 축복이다.

믿을 수 없이 상쾌한 새벽의 공기가 푸르게 느껴지고,
또 그렇게 놀랍도록 시원한 바람이 푸르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그토록 새벽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이슬에 굴절되어 보이는 선명한 초록색의 가느다란 잎맥과
습기를 먹은 풀잎에서 진하게 느껴지는 싱그러운 풀빛향기와
촉촉하게 젖어 있는 부드러운 시골의 흙길과
청회색으로 희미하고 어렴풋이 빛나는 먼 산들.

물 향기가 물씬 풍기는 강가의 짙은 물안개와
푸른 새벽 속에서 더 검푸르게 빛나는 오디와
신비한 보랏빛으로 도드라지는 빨간 산딸기와
풀밭의 초록색에 묻혀버린 작은 청개구리.

강물이 파도치는 소리 밖에는 아무 것도 들을 수 없는 새벽의 적막.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그 고요함 속에서,
또 세계가 정지되어 버린 듯한 그 푸른빛 속에서
산속으로 뻗어 있는 길은 내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사라지고
아직 덜 깨인 듯 여전히 이슬을 머금은 촉촉한 세상은
적막과 푸른 장막으로 그럴 수 없이 신비하게 휘감긴다.

새벽이 세계를 품을 때는,
내 주위의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나의 눈과 마음속에
깊이깊이 푸른빛으로 새겨지곤 했었는데.

어디선가 강물 속으로 던져진 돌 하나가 새벽의 적막을 깨고 나면,
새벽은 푸른 자취를 감추고 새벽의 눈을 떠올린다.
세계가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흰 빛의 아침이 오는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신비하게 빛내는 푸른 새벽을 다시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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