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문 교수 심사평-유안진(생활대 소비자아동학부), 신범순(인문대 국어국문학과)

문학잡지나 신문사 신춘문예의 엄청난 응모량에 비하면 빈약했지만, 대학문학상 응모량의꾸준한 증가 추세가 고무적이고 작품의 수준도 문청들의 습작치고는 우수했다. 우수 작품이 많은 응모자를 고른 후, 다음으로 어떤 작품이 뛰어난지를 보았다. 기성의 흉내와는 다른 무엇을 기대하는 동시에 시적 구조, 매력 정도, 어휘구사력 등을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그 해 여름 안에서의 이별」 외 8편, 「대면」 외 5편, 「푸른 새벽」 외 3편, 「젖은 하교」 외 2편의 응모자를 추려냈다. 여러 작품을 응모한 경우에는 응모자의 작품 수준을 가늠할 수 있어, 한두 작품을 응모한 경우보다 심사가 훨씬 수월했다.


대상으로 뽑힌 「그 해 여름 안에서의 이별」은 응모작 8편 중 「Ebm의 피아노 선율」, 「눈 속의 오후」, 「Msn」, 「봄눈깨비」 등 5편이 함께 뽑혔는데, 재치있는 시상에 탄탄한 시적 구조와 매력 있는 제목, 시어의 구사력도 평가되었다. 일례로 “그 해 여름, 당신을 만났던 적이 있던가요?”는 한 연으로 충분한 한 행이어서 대표적 점증 점강이라 보았고, ‘봄눈깨비’같은 신선하고 거부감 없는 시어를 만들고 구사하는 능력도 평가받았다. ‘시체’나 ‘…’등은 다소 거부감을 주었지만, 대체로 감추고 드러내기, 엉뚱한 연결, 점증 점강 등의 기교가 좋았다.
우수상으로 뽑힌 「대면」은 「포도밭 묘지」,「저물녘, 도시」 등 5편 중에서 뽑았다. 이 응모자는 ‘망각의 밤’같은 어휘나 제목 등 진부함도 없진 않았으나, 「대면」은 매우 지적 재기가 뛰어났고, 마지막 연의 빼어난 감수성 등, 3편이 고른 수준을 보여줬다.


가작으로 선정된 「푸른 새벽」과 「행복1~10」은 신선함이 부족했다. 기성의 작품에서 이런 작품은 너무도 많다. 그래서 「푸른 새벽」은 힘있고 기운찬 감동을 주긴 하지만, 제목과 첫 줄에서 모든 정보를 다 보여주기 때문에 끝까지 읽어봐도 처음 이상이 없었다. 또한 푸른 새벽에 대한 암시도 빈약하다. 「행복1~10」도 의도적인 진부함인지는 모르나, 열 줄의 행복을 나열한 것이 신선함도 생동감도 부족했다.


애석하게도 「젖은 하교」 외 2편은 충분한 역량을 보여주기에는 작품 수가 부족했다. 「젖은 하교」라는 매력 있는 제목, 기발한 상상력과 ‘조용히 열쇠를 내밀어 문고리의 닫힌 입술사이로 말을 찔러 넣었다’ 등 절묘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매우 세련된 솜씨의 「젖은 하교」의 역량을 「빛」이 받쳐주지 못했다. 너무 모호하고 큰 제목에 비해 허약한 몸이 안정된 감수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나는 우주의 소름’에서는 더욱 애매했다. 몇 편 더 응모했더라면 「젖은 하교」의 수준을 받쳐주었을 것이다.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좀 더 노력하여 우리 시단에 우뚝 서길 빈다. 또한 뽑히지 못한 응모자들도 심사의 관점이나 시각에 따라 역량을 평가받지 못했을 수도 있으므로, 습작에 더욱 노력해 다음 기회를 노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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