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부문 우수작 당선소감- 심리학과00 고건혁

「달콤한 인생」을 처음 봤을 때,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봤을 때, 결국엔 울고 말았습니다. 새로운 경험이었죠. 물론 영화를 보면서 울었던 적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쯤에서 너는 뭉클하면서 눈물을 터뜨려야 할 거야”라는 영화의 장치들에 휘말린 것일 따름이었고, 이처럼 도무지 알 수 없는 눈물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남들은 그렇지 않대요. 이 영화가 너무 짜증나고 싫답니다. 저는 그토록 좋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저에게 선사한 그 느낌의 정체를 밝혀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달콤한 인생」은 저한테 매우 각별한 영화가 됐습니다. 이전의 저한테 영화란, 정해진 자리에서 그저 멀뚱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그래서 정해진 방식을 따르고 이런저런 알량한 참조들을 끌어대며 이해해야만 하는 무미건조한 것일 따름이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 대해 다 안다는 듯이 떠들면서도 정작 영화를 좋아한다는 느낌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비로소 이 영화를 통해 이제 영화를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콤한 인생」은 철저한 가상의 공간을 통해 실재를 표현하고 있었고, 이 낯선 세계 안에서 배회하면서 저는 실재에 대한 감각을 발견하는 짜릿한 체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글은 이러한 사유의 과정을 기록한 것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난 다음 스스로 뭉클한 마음에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아, 나 이제 영화를 새로이 발견했구나!”라는 거죠. 너무 자만해 보이죠? 맞습니다. 그저 한 작가가 구축해 놓은 세계의 발가락쯤을 만지고 발견이라뇨.

더욱이 이러한 발견이 온전히 제 것도 아닙니다. 김지운 영화의 공간 표현에 대한 접근은 후배 빛나의 통찰에 빚지고 있는 것이고, 그것을 경유하여 실재에 대한 재인식과 연결지을 수 있었던 건 레네와 들뢰즈의 통찰을 빌려 온 것일 따름이니까요. 영화에 대한 새로운 지각의 단초를 얻게 해 준 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아무쪼록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제가 느낀 감격을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이 영화를 보실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낯선 세계를 접한다는 기분으로, 조금의 겸손함을 가지고 말이죠. 그리고 나부랭이 같은 상식들로 영화를 재단하며, 너무 쉽게 “이 영화 너무 구려”라는 일이 부디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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