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부문 가작 한석현 당선소감

영화에 대한 담론이 흘러넘친다. 철학의 재료로, 정신분석의 대상으로, 사회분석의 도구로, 혹은 일간지 칼럼의 소재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는다. 영화에 대한 담론은 풍성한 반면, 영화 언어 자체의 특성에 근거한 비평은 정작 찾기 힘들다. “만일 비평이 존재한다면, 비평은 문학 영역을 귀납적으로 개관한 결과에서 얻은 어떤 개념적인 틀에 입각해서 문학을 검토해야 한다.”는 문학비평가 노스럽 프라이의 말은 어쩌면 지금의 영화 담론에 더욱 적실할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사회적 맥락과 분리되어 이해될 순 없지만 역으로 사회적 맥락에 포박되어 예술적 가치가 평가 절하되어서도 곤란하다. 「그때 그 사람들」이 바로 그러한 경우에 해당되지는 않을까. 영화를 두고 벌어진 소송논란 때문에 제대로 된 비평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 까닭이다. 이 평론은 좋은 영화가 사회적 논란 속에 묻혀버린 데 대한 아쉬움과 비평의 부재에 대한 어쭙잖은 의무감에서 비롯되었다.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그때 그 사람들」에서 10?26의 진실에 대한 그럴듯한 해석을 기대했겠지만 정작 영화의 중심은 다른 데 있었다. 이 평론에서는 역사적 맥락 속에 영화를 빠뜨리기보다는 영화적 장치와 언어를 통해 주제의식이 구현되는 방식에 주목하려 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초라한 결과물이 부끄러울 뿐이다.


회의와 혼란으로 점철된 대학시절이었다. 되돌아봄에 치열하지 못했던 제 모습에 그저 고개 숙일 뿐이다. 졸업을 앞두고 받게 된 작은 선물에 다시 일보 전진할 힘을 얻는다. 외로운 복학생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해 준 이공대신문사 친구들과 초안을 꼼꼼히 보아 준 나의 영원한 논적, 박진희군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