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부문 심사평- 고원 (인문대 교수, 독어독문학과)

네 사람의 응모자 가운데 결국 두 사람이 남았다. 분석의 대상은 「그때 그 사람들」과 「달콤한 인생」이다. 두 사람의 글은 영화평론으로서 손색이 없었기에 한 편의 당선작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때 그 사람들」이 내용과 형식에서 좀 더 모범적인 글이었음에도 최종 선발에서 탈락, 가작으로 남게 되었다. 일방로에 뒤처져 남게 된 이 글과 달리 뒤의 글이 상대적으로 좀 더 탄탄하게 갖추고 있는 미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영화평론가들이 발표하는 의견을 비판적으로 수용한다. 둘째, 자신의 독해력을 바탕으로 영화작품의 이해와 분석을 차분히 전개, 발전시킨다. 셋째,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글쓰기의 과정이 존중되고 있다.


「달콤한 인생」은 또한 몇 가지 나쁜 점도 보여주고 있다. 틀린 문장이 그 하나다. “관객들이 그의 영화 「달콤한 인생」이 비난받는 까닭은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장이 도입부에서부터 눈에 거슬린다. 영화감독 김지운에 대한 글쓴이의 편중된 시각과 변호사 역할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도입부의 실수가 결론부에서 또 반복된다. 주어는 없이 목적어만 두 개인 문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풍경으로 박제된 실재의 세계를 질서라는 아교를 덮어버린다.” 무엇이 무엇을 덮고 있다는 것인지, 그리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 힘든 문장이다.


이 글에서 그가 실제로 겨냥하고 있는 ‘목적어’는 둘이다. 하나는 모든 영화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계몽되어야 할 관객이며, 또 하나의 다른 목적어는 그런 관객을 부추기며 오도하는 평론가이다. 남과 다른 작품 분석의 의욕이 앞선 나머지 그는 자신의 문장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아직 잘 모르고 있다. 그의 글은 다소 냉소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젊고 싱싱하다.

먼저 탈락한 다른 두 학생의 글에서는 진지한 주제의식이 돋보였다. 하나는 죄와 벌을 주제로 삼은 철학적 담론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화가 장승업의 비극적 삶을 소재로 삼은 역사적 담론이었다. 글쓰기의 현장에서 승자가 이따금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패자가 패자로만 남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으로 네 사람의 정진을 더욱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