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부문 심사평- 임홍배 (인문대 교수, 독어독문학과)

문학평론 분야에 응모한 원고를 받아보고 무척 당혹스러웠다. 응모작이 모두 네 편에 불과한데다, 그 중 세 편은 외국소설을 다룬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이 당대의 자국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상식으로 판단하면 결국 응모작은 단 한 편인 셈이다.

유일한 투고작인 「세 가지 낯설음-천명관의 <고래>론」은 소설의 서사구조와 시간체험의 상관성에 주목하여 작품을 ‘기억의 시간’과 ‘원초의 시간’ 그리고 ‘현재의 시간’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이야기와 시간의식의 상호관계를 작품 분석의 근거로 설정한 문제의식 자체는 좋지만, 서론의 문제제기 방식이 사례의 나열에 그치고 있어서 소설과 시간에 관한 기존의 논의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느낌을 준다. 그 결과 실제 작품분석에서 필자가 설정한 세 층위의 시간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를 천착하지 않고 각각의 소재에 대한 내용분석으로 일관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든 작품의 핵심을 설득력있게 해명하는 것이 곧 비평의 기본임을 유념하여 더욱 정진하기 바란다. 외국소설을 다룬 응모자들과 다음에 투고할 학생들은 문학평론의 대상이 이 시대의 한국문학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길 바란다.

어쨌든 투고작이 적다는 것은 문학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희박해진 척박한 세태의 단면이라 하겠다. 물론 시나 소설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문학은 도구적 효용의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과 세계를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색의 공간을 열어준다. 그래서 삶의 여건이 황폐한 시대일수록 문학은 인간의 영혼을 지켜주는 지상의 양식으로서 그 존재의의를 찾는다. 모쪼록 내년에는 더 많은 투고작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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