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미 국사학과 03

스무 살을 힘겹게 넘기던 지난 겨울, 위로가 되어 주었던 것은 중용(中庸)의 “故天之生物 必因其材而篤焉”이란 구절이었습니다. 글의 서두에 인용하기도 한 이 구절을 처음 보고서는 몇 날 며칠을 되새겼던 기억이 납니다. 하늘이 부여한 재질을 아는 것이 청춘의 초입에 들어선 저에겐 일종의 화두였습니다. 그러한 평소의 여러 가지 생각들과 고민들을 담아 풀어보았습니다. 소설을 쓰겠다고 처음부터 결심하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기본적으로 제 자신을 위해 쓴 글이기에 서투르고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치열하고 필사적이었던 시기의 산물입니다. 어리둥절하게 있는 동안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오래 기억하고자 한 기념이기도 하구요. 쓰는 과정은 즐거웠습니다. “쓴다”는 것은 소통이기도 하니까요. 비록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라는 나약한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만 일단 쓰고 나니 주인공도 한 명의 독립된 인간이었기에 그와의 소통은 지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성장통이 없다면 성장도 없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좀 더 헤매어도 괜찮지 않나 느긋하게 마음먹기로 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나이 먹는 것을 겁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제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되겠지요. 물음은 현재진행형이기에 앞으로도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소중한 가르침을 주신 여러 선생님들과 가장 힘들었던 때에 손을 내밀어 주신 조교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묵묵히 지켜봐주시는 부모님, 늘 풍수지탄(風樹之嘆)을 두려워하면서도 제대로 표현 한 번 못했습니다. 그저 죄송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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