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승원

뿌리를 잃은 채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매일같이 시작되는 피 말리는 경쟁 속에서 걷기에도 나약한 두 다리로 버티고 서있자면 좀체 삶의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늘 드는 생각입니다. 뿌리를 잃은 우리들이 그 어마어마한 슬픔을 잊으려고 이러는 것은 아닐까.


소설을 썼습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7년 가까이 구상하던 글입니다. 말이 오염됐다고 느끼던 차에 글을 써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고 그렇게 막상 쓰기 시작한 것이 반 년 전입니다.


처음엔 술술 써지는 게 당황스러웠습니다. 예전부터 긴 글에선 쓸 말이 없어 중언부언하며 헤맸는데, 시작한 뒤 얼마간은 하고픈 말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게 소설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됐고 그때부터 글이 막혔습니다. 그게 또 그렇게 당황스러울 수 없었습니다. 한 문장 안에서도 온갖 단점들이 보였고 고치면 고치는 대로 놔두면 놔두는 대로 고역이었습니다. 지지부진했고 지리멸렬했습니다. 출판된 책 속의 한 문장 한 문장이 공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소설이구나 싶었습니다.


자부심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이십대에 들어와 한 번도 열정적이지 못했던 부끄럽고 초라한 내 삶에 한 조각의 자부심이 필요했는지 모릅니다. 수식이나 다룰 줄 알면 되는 이과생의 신분으로 글을 써서 인정받으면 그 자부심으로 열등감과 부끄러움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5년 전부터 해 왔던 또 부끄러운 생각입니다.


하지만 입상 소식을 듣고도 부끄러움은 사그라지지 않는군요. 그건 앞으로 남은 제 이십대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실력없는 저를 잘 이끌어 주시는 천문학과 식구들, 임명신 선생님을 비롯한 EXACT 팀원 여러분, 주인 잘못 만나 옥상에서 떨고 있는 대묘(大猫) 양말,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 나의 든든한 인생 선배이신 아버지, 어머니와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아울러 글을 쓰는데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김민진, 나은빈, 이보민, 이철민님과 조악한 제 글을 후히 봐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정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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