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부문 심사평-김문환-인문대 교수 미학과

대학문학상 희곡 부문 응모작으로 내게 넘어온 것은 「아름다운 나날들」, 「게임」 두 편이다.


「아름다운 나날들」은 한 TV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고등학교 시절에 있었던 사건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문학 발표회 때 이사장을 비판하는 시를 공동으로 작성, 낭독하기로 했다가 후환이 두려워 자퇴한 학생은 그 이후로도 줄곧 자신의 비겁함에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왔고, 결국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생계를 위해 선정적인 잡지 기사에 매달려 온 것으로 설정된다. 사건은 당시 문예반 반장이 이 프로그램에 초대되고 자신의 고교 시절 친구들을 초청하면서 시작된다. 여기에 과거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사건의 추이를 밝히는 데 도움을 주는 다른 친구와 초대받지 않았으면서 나타나 혼선을 빚는 또 하나의 친구가 등장한다. 초대받지 않은 친구가 암묵적으로 저들의 사전 모의를 밀고한 사람으로 암시된다.


그들이 발표하기로 했던 시는 결국 손질된 채 낭독되었으나 이를 모른 채 자퇴한 학생은, 모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영웅으로 추켜세워졌던 것이 뒤늦게 밝혀진다. 하지만 막상 TV 녹화에서는 ‘아름다운 사연’으로만 이야기되고, 각자는 녹화 이전에 밝혀진 자신들만의 비밀을 감춘 채 이로 인한 반작용으로 주인공 격인 작가의 이름을 더욱 크게 불러대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요즘 방영되는 유사한 TV 프로그램의 형식을 원용하여 사회정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표출하고자 한 이 희곡은 형식적인 솜씨에 비해 주제의식이 빈약하다는 결점을 지니고 있다. 아울러 극적 반전을 위한 계기도 분명치 않다. 전체적으로 개연성도 부족해 보인다.


「게임」 은 한 아파트에 사는 젊은 내외와 독신남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갈등을 소재로 현대의 성 풍속을 풍자해 본 작품이다. 소설을 쓰는 남자는 새 자동차에 빠져 아내를 돌보지 않는 남편으로부터 소외감과 배신감을 느낀 아내와 급기야 육체적인 관계를 맺기에 이르지만, 남자는 사랑 따위에 구속되기를 거부한다. 이에 그녀는 충동적인 죽음을 택하고자 한 것으로 암시된다. 남자는 그와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의 작품이 완성된 것에 만족한다.


자동차의 후진 경고음이 ‘소녀의 기도’로 설정되어 있듯이 소녀적인 감상을 이겨냄으로써 인간은 성숙해진다는 식의 주제를 문명비판적으로 드러내보이고자 한 듯하나, 예컨대 이현화라는 작가의 「쉬, 쉬, 쉬잇」이라는 희곡을 연상시키는 구성을 통해 비판해 보이고자 한 듯한 현대인의 부조리성은 단지 상투적으로 보인다.


두 작품 모두 비판적인 문제의식이 투철하지 못하다는 점으로 인해 그나마의 구성솜씨마저 살아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당선작으로는 미흡하다고 본다. 습작 시기에는 어쩌면 좀 더 사실주의적인 접근을 꼼꼼하게 연습하는 편이 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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