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력의 사회진출, 그 실태와 문제점

강신영씨(과학사및과학철학협동과정·석사과정)는 결혼 후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아이가 생기자 강씨는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육아의 부담을 여자인 강씨가 혼자 떠맡게 됐기 때문이다. 강씨는 "언젠가 책에서 '그 똑똑하던 여자들은 어디로 다 사라졌는가'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며 "지금도 주변에서 학업 중단을 안타까워할 때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강씨는 "앞으로도 학업을 계속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한 이모씨도 비슷한 경우다. 이씨는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대학을 다녔지만, 결혼 후 사회에 진출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이씨는 "여성의 경우 출산과 양육 부담으로 사회 진출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주변 에서 일찍 결혼하겠다고 하면 말린다"고 말한다. 「2002년 사회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응답자들은 취업에 장애요인으로 41.1%가 육아부담을 꼽았다. 그 외에 사회적 편견이 21.7%, 불평등한 근로여건이 13.2%인 것으로 집계됐다.

양육 부담과 편견에 ‘실종‘된 여성인력

그러나 여성이 어렵게 사회에 진출해도 요직에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연보」에 따르면 여성은 두 명 중 한 명 꼴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나(여성 49.7%, 남성  74.8%) 임금근로자 중 임시직과 일용직의 비율이 42%로 남성의 26.5%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또 채용정보회사 '인크루트'가 지난 5월에 105개 대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 임원이 있는 기업은 17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1∼2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위직 인사시 여성을 일정비율 포함시키는 '여성승진 할당제'를 사기업을 대상으로 장려하고 있지만 유인책이 거의 없어 이를 시행하는 기업은 한 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또 여성 할당제가 비교적 잘 시행되고 있는 공직 에서도 여성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자치부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공무원 85만명 중 여성이 32%를 차지하지만 4급 이상의 고위직에서 여성의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이렇게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하기 어려운 것은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에서는 여성이 승진 등에서 느끼게 되는 보이지 않는 차별을 '유리천정'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이재열교수(사회학과)는 "교사나 의사 등 시험이나 자격증과 같이 객관적인 기준을 요구하는 직종을 제외하고는 승진에서도 여성은 성의 구분을 경험하고 좌절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고위직으로 승진할수록 남성이 다수인 사회에서 여성은 술자리나 교우관계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위직에 오르려는 여성은 '여성의 코드'를 멀리하게 되고 결국 자기 정체성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4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2.4%에 불과

물론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고급여성인력의 배출규모가 점점 늘어나 자연스럽게 여성의 사회진출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남성과 거의 차이가 없고 서울대 신입생중 여학생 비율도 97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해 올해 40%를 넘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해서는 실천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열 교수는 "여성이 마이너리티인 상황이 자연스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위적 노력이 뒤따라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성의 진입을 돕는 정책적 뒷받침 있어야

올해부터 5인 이상의 공기업에서는 한 성의 비율이 70%를 넘지 않게 하는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를 실시한다. 한 성이 소외되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최소한의 비율이 30%이기 때문이다. 또 여성계는 여성을 10%이상 채용한 민간기업에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법안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성부 노동통계팀 양인석 박사는 "사회에는 남성중심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 여성적인 시각도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이 동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 전체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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