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생의 글쓰기 방법을 모색한다

휴학 중인 농생대 동물자원과학과의 C씨는 요즘 글쓰기 때문에 고민이다. 현재 소프트웨어 관련 방위산업체 프로그램 개발팀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바이어들에게 문건으로 프로그램을 설명해야 하지만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주어와 서술어를 호응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단락 구성까지 신경써야 하니 컴퓨터 앞에 앉을 때마다 눈앞이 캄캄해진다"며 글쓰기의 두려움을 토로한다. 또 "프로젝트로 발전시킬 만한 좋은 아이디어를 글로 전달하지 못해 사장시킬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기술자도 글을 통해  비전문가를 설득할 수 있어야

최근 출간된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마이넌)와 『논문 10%만 고쳐써라』(야스미디어)는 많은 이공계생이 겪는 '글쓰기의 두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중에 레포트, 논문 작성법 등 글쓰기에 관한 책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이공계생을 대상으로 삼아 글쓰기를 다룬 책은 찾기 어렵다.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의 저자인 영남대 임재춘 객원교수는 책에서 "이공계 출신들은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글을 남발하고 있다"며 "기술자는 글을 통해 비전문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함에도 오히려 비효율적인 글쓰기로 '답답함'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기술자나 과학자가 글쓰기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편견"이라며 이공계생의 글쓰기 방법으로 '테크니컬 라이팅(technical writing)'을 제시한다. 테크니컬 라이팅은 복잡하고 기술적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것으로 ▲읽는 사람을 고려할 것 ▲논리적 틀을 갖출 것 ▲간결하고 명확하게 쓸 것 등 세 가지를 요체로 한다. 그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간략한 약도를 그린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라"고 주문한다. 문학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사무적인 글쓰기를 통해 "주요 사실만을 간결하게 쓰라"는 것이다.

 

앞의 책이 이공계생의 일반적 글쓰기를 다루고 있다면 『논문 10%만 고쳐써라』는 영어논문 작성 지침서다. 저자 김형순 교수(순천대ㆍ신소재공학부)는 "학회 발표를 위한 초록지, 연구보고를 위한 보고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속보(단신), 연구 논문 등 각기 다른 장르의 논문은 목적에 따라 형식이 달라야 하지만 우리나라 과학기술분야 논문에는 장르에 따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체계적이고 정교한 작성법으로 논문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제목 달기, 초록 작성, 연구 결과 정리 등 논문 작성 요령 ▲논문 투고, 제출 상의 유의점 등을 다루고 있다. 논문작성법 책들이 대부분 줄글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과는 달리 긴 문장을 지양하고 요지만을 많은 시각자료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해를 일으키지 않게 하는 원만한 의사소통을 이루는 것이 논문의 본질"이라며 "연구 성과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이공계열의 논문이라 해도 함량 미달의 글쓰기로 의사소통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식정보화가 광범하게 진행되면서 최근 이공계 졸업자들의 폭넓은 사회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8월 정부에서 확정한 '이공계 전공자 공직진출 확대 방안'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공계의 전문 지식이 광범위한 행정영역에까지 적용되기 위해서는 우선 학계 안에서 매끄러운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하고, 이것이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전달돼야 한다. 이공계생의 글쓰기 능력이 중시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