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준 교수
자연대ㆍ물리학부

“조용히 좀 합시다.” 새 학기 신입생이 가득한 대형강의실에서 담당 교수가 강의를 시작하기 전 으레 꺼내는 말이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승전고를 울리며 입성한 신입생들의 강의실 분위기가 약간 흥분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이해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런 강단에 올라설 때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학생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늘 고민스럽다.

신입생의 수업 분위기가 어떻고 요즘 학생들이 어떻다고 불편함을 토로하면 늘 듣는 얘기가 있다.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은 수천 년 역사에 변하지 않는 탄식이니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고, 오히려 요즘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새로운 강의 방식을 개발하지 못한 보수적인 교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니 시류를 따라가야 한다고는 하지만 지금 강의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끌어갈 서울대인의 모습이라면 어쩐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강의실에서 교수를 대하는 자세도 갖추지 못하고 모르는 내용에 대한 질문도 못하면서, 시험점수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의 학생을 보면 늘 안타깝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입학한 우리 새내기들은 이제부터는 점수에만 급급한 나머지 더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점수 지상주의에 빠지는 유아독존적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이 세상에는 한 가지 잣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고, 소위 답이 없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최선의 해답에 접근하기까지도 고려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새출발하는 새내기의 첫 과제는 그런 자세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답 찾기와 성적 올리기에만 열중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내 머리 속에 새로운 잣대를 추가하는 일이 필요하다. 강의실에서도 시험에 나올 내용만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강단에 서서 목청을 높이시는 선생님의 의도를 파악해 보려는 노력이 더욱 가치 있는 일이다. 20년 후 미래 한국의 리더가 되려면 다른 배경,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그들의 잣대는 어떤 것인지 곱씹어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새내기 여러분의 강의실에서 시작된다.

새내기 여러분은 우리의 자부심이자 미래 한국의 희망이다. 더 멀리 보고 더 크게 생각하는 새내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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