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 주최 학술토론회 '황우석 사태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부도덕한 과학계, 자기 잘못 미루기에 급급한 정치계, 이슈 만들기에 급급한 언론계…. 지난해 말 한국사회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냈던 황우석 사태가 남긴 과제들을 돌아 보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0일(금) 법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황우석 사태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에 대한 다양한 진단이 오갔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황우석 사태의 원인으로 한국사회에 뿌리박힌 성장중심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의 부재를 꼽았다. 이영희 교수(가톨릭대ㆍ사회과학부)는 「황우석 사태와 과학기술정책」 발표에서 “한국의 과학기술은 1960년대부터 이뤄진 산업화의 도구로 사용되면서 소위 ‘돈 되는’ 응용기술 위주로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황우석 사태의 원인에 대해 “이러한 기술정책이 과학자 내부 사회의 비민주적 상태인 ‘내적 권위주의’와 과학기술 엘리트들이 과학기술 정책형성을 독점하게 하는 ‘외적 권위주의’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또 「황우석 사태의 정치적 함의」를 발표한 김환석 교수(국민대ㆍ사회학)는 황우석 사태가 “성장주의, 결과중심주의로 요약되는 ‘박정희 시대 패러다임’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며 과거 정치권의 ‘황우석 영웅 만들기’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우리는 민족주의적 과학정책과 민주주의적 과학정책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황우석 사태를 기점으로 선택과 집중의 형태가 아닌 균형적 과학 발전을 추구하는 민주주의적 과학정책의 시대로 전환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규찬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ㆍ방송영상과)는 「공통 이익, 민주 언론 책임의 실패」 발표에서 황우석 사태의 주요 책임자로 언론을 지목했다. 전 교수는 “언론이 지적ㆍ비판적 담론을 형성하기는커녕, 거꾸로 권력의 선전 도구로 전락해 합리적ㆍ공개적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형성시키지 못했다” 고 비판했다.

황상익 교수(의학과)는 황우석 사태로 불거진 윤리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배아의 도덕적ㆍ법적 지위, 난자 사용과 여성의 인권, 환자 기만 행위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또 그는 동료 교수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민감한 문제인 ‘세계줄기세포허브’의 책임소재에 대한 물음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황우석 붐에 휩쓸려 뚜렷한 계획 없이 65억원이라는 거금을 쏟아 부어 건설된 ‘세계줄기세포허브’는 황우석 사태 이후 그 존폐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또 박진희 연구원(국민대ㆍ사회과학연구소)은 「황우석 사태와 여성」을 통해 난자 채취에 따른 여성의 고통과 연구실 내 권력관계로 인해 교수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여성 연구원의 실태를 강조했다.

한편 홍성태 교수(상지대ㆍ사회학)는 「황우석 사태의 형성과 전개」에서 이른바 ‘황빠’로 불리는 맹목적인 황우석 지지자들을 팬덤문화의 일부로 분석했다. 이들이 황우석을 통해 자신들의 욕망과 존재의미를 투영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동광 연구원(국민대ㆍ사회과학연구소)은 “과학 역시 성찰이 필요한 분야”라며 “과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객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