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결혼의 진실을 유쾌한 화법으로 표현한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이 영화화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9번이나 영화로 제작된 『오만과 편견』 외에도 『엠마(Emma)』, 『센스 앤 센서빌리티(Sense and Sensibility)』 등 제인 오스틴의 여러 작품들은 꾸준히 영화화돼 왔다. 또 최근 ‘제인 오스틴 읽기’를 주제로 한 소설 『제인 오스틴 북클럽』이 출간되기도 했다. 20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현대인을 사로잡고 있는 제인 오스틴의 매력은 무엇일까.

『오만과 편견』에는 ‘영국의 가장 사랑스러운 딸’ 엘리자베스 베넷이 등장한다. 이런 수식어가 가히 부끄럽지 않게 풍부한 말솜씨와 재치, 지성을 갖춘 그녀는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다. 제인 오스틴 소설의 매력은 이처럼 개성있는 주인공의 등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의 캐더린이나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자매 엘레나와 마리앤의 인물 대비는 그 자체만으로 흥미롭다.

재치있고 매력적인 주인공들은 판에 박힌 듯 따분한 주변인물들을 풍자하고, 체면과 교양을 중시하는 기성 관습의 허위를 유려한 화법으로 비웃는다. 딸들을 부자에게 시집보내려는 베넷 부인과 답답한 목사 콜린스, 가식적인 교양으로 겉치장한 빙리 자매 등은 마치 지금 우리 주위의 인물을 묘사하는 듯하다.

제인 오스틴 소설의 ‘해피엔딩’도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요소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처럼 남녀 주인공들은 서로 오해하고 다투지만 끝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사랑과 결혼’으로 맺어진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이후 로맨틱 판타지의 전형이 돼 수많은 복제작을 낳기도 했다.

한편 오스틴이 결혼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여성을 구속하는 당시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발견 할 수 있다. 조선정 교수(서울여대ㆍ영어영문학과)는 “오스틴은 여성의 욕망과 개성을 새롭게 언어화하려고 노력했다”며 “‘교육받은 가난한 미혼 여성’이 남성에 의해 선택당해야만 하는 상황을 통해 성의 우월관계와 당대의 결혼 풍속을 꼬집고 있다”고 해석했다. 『오만과 편견』에서 보듯 아버지의 재산이 콜린스에게 모두 상속되는 상황에서 베넷가(家) 자매들에게는 결혼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다. 콜린스의 청혼을 받아들인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롯처럼 재산도 자립능력도 없는 여성들은 남성들에 의해 ‘선택’되고 이를 사랑으로 가장한 채 결혼에 이르게 된다.

시대에 맞춰 변주된 제인 오스틴 작품 속의 인물들은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기존의‘신데렐라 스토리’에서 벗어나 자기표현이 확실하고 사회의 편견을  비웃을 줄 아는 여성들이다.   

『오만과 편견』을 번역한 윤지관 교수(덕성여대ㆍ영어영문학과)는 “오스틴의 소설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보편적인 삶의 체험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며 “연애와 결혼 문제에서 관습을 탈피하고자 했던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같은 인물은 오늘날의 주체적 여성상과 일맥상통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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