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진보적’ - 2000년 54.6%, 최근 31.2%
서울대 학생 중 60.4%가 "지지 정당 없다"

'서울대학교 재학생 요구 및 실태 조사'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소장 이재열 교수)가 지난해 11월 서울대 재학생 1391명(전체 재학생 대비 7.7%)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서울대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해 학생들의 의식 및 생활태도, 학습 습관, 진로에 대한 고민 등 학생들의 대학생활 전반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결과를 게재한다.

서울대 학생들의 정치성향이 과거에 비해 중도ㆍ보수화되고 있으며,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부모의 소득이 많고 이른바 ‘강남 8학군’ 등 대도시 지역 출신일수록 보수성향은 더욱 뚜렷했다. 아르바이트 등을 통한 학생들의 소득도 부모의 학력ㆍ소득과 비례하는 모습이다. 

이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2005년 2학기 학부 등록생 1391명을 대상으로 11월 한 달 동안 실시한 ‘서울대학교 재학생 요구 및 실태 조사’(조사)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정치성향을 묻는 질문에 ‘중도’라고 답한 학생들이 40.5%로 가장 많았으며, 진보와 보수라는 대답은 각각 27.5%, 25.0%로 비슷한 수준이었다(그래프 참조). 이는 지난 2000년 『대학신문』이 실시한 ‘서울대생의 정치의식’ 조사에서 자신의 정치성향이 ‘진보적’이라고 답한 학생이 54.6%였던 것에 비해 크게 중도ㆍ보수화된 것이다.

정당 선호도도 보수성향의 한나라당(17.8%), 진보 성향의 민주노동당(10.2%), 열린우리당(10.1%) 순이었으며 60.4%는 지지 정당이 없었다. 이는 예전에 비해 정치에 무관심한 학생들이 늘어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중도ㆍ보수화는 아버지가 고학력ㆍ고소득층인 것과 연관성을 보인다. 학생들은 집안 소득이 높고 이른바 ‘강남 8학군’이나 대도시 고등학교 출신일수록 ‘보수적’이었다. 재학생들의 아버지가 전문직ㆍ관리직에 종사하는 비율은 전국 평균 (2004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조선일보」, 한국갤럽이 공동 조사한 결과)에 비해 월등히 높았고(관리직 전국 평균 1.4%, 재학생 아버지 25.7%), 이는 학력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대학원 이상 전국 평균 1.8%, 재학생 아버지 24.5%).

‘진보적’ 단과대와 ‘보수적’ 단과대, ‘고소득’ 단과대와 ‘저소득’ 단과대도 갈렸다. 인문대 학생들이 자신을 가장 ‘진보적’으로 인식했고, 간호대ㆍ수의대ㆍ약대ㆍ사회대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의대ㆍ경영대ㆍ음대ㆍ치대 학생들은 자신을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다. 또 약대와 의대 등은 아르바이트로 60만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학생들의 비율이 30% 이상인 반면, 사회대ㆍ공대 등은 10%대에 그쳤다.

집안이 고소득층인 학생들은 저소득층 학생들에 비해 아르바이트를 적게 했지만, 일단 아르바이트를 하면 고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또 아르바이트 수단으로 이른바 ‘막노동’을 포함한 건설업이나 서비스업 직종을 택한 학생들은 대부분 저소득층 학생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문대ㆍ농생대ㆍ생활대는 서울대 내 다른 학과로 전공을 옮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타 단과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들 단과대에는 진로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많았으며, 학문적 흥미나 자신의 적성보다 합격 가능성 때문에 전공을 택한 학생들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이 학생들의 상당수(40.2%)는 서울대 내 다른 학과로의 전과를 바라고 있었다. 전공교육만족도가 가장 높은 단과대는 법대와 의대였으며, 미대는 모든 단과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만족도를 기록했다.

한편 서울대 학생 100명 중 4명 꼴로 자살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1.5%의 학생들이 ‘혼전 동거’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결혼을 전제하지 않은 혼전 성관계’에 대해서는 69.6%가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대 재학생의 ▲사회의식과 가치관 ▲대학생활형태 ▲인구학적 구성비율 등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돼있다.  

 ■  표집절차

계층적 임의표집설계법을 사용, 지난해 2학기 등록생 1만8110명을 대학별, 등록학기수별, 성별 순서로 계층화해 1500명의 조사대상자를 선정했다. 37명의 조사원이 이들 1500명을 방문해 조사했다. 이중 연락이 되지 않거나 접근 불가능한 대상자가 있을 경우 동일한 표집 설계를 통해 다시 조사대상자를 선정했다. 최종적으로 구성된 표본은 139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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