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법 시행 5주년, 그 실상과 폐해

  이 아무개씨는 방송국에서 취재차량을 운전하는 파견근로자이다. 그런데 98년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이 시행되자 방송국은 이씨가 파견근로자로 근무한 지 2년쯤 되는 시점에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이씨는 억울했지만 할 수 없이 파견업체에서 알선한 다른 방송사에 다시 취직해야 했다. 이씨의 자리는 또 다른 파견근로자가 채웠다. 파견법 시행 5년, 이씨를 비롯한 파견근로자들은 2년마다 주기적으로 해고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리해고와 파견근로제 도입 등 노동유연화정책을 추진했고 노사정간에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이 이뤄지면서 98년 7월, 파견법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2001년 실시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파견근로자의 수는 13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파견법에서는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직접고용의무조항이 있어 2년이상 일한 파견 근로자는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고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정규직 고용을 꺼리는 사용자들은 2년이 차기 전에 파견근로자를 해고하고 다시 파견근로자를 고용하는 편법을 쓰고 있어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8일(화) 「파견법 시행5년 그 실상과 폐해」를 주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금호타이어 노조 기획실장 윤철희씨는 "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2년 후면 정규직이 된다고 희망했었지만 지금도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3만 파견근로자 2년마다 주기적 해고

  2년마다 주기적으로 해고당하는 것 외에도 파견근로자들은 비정규직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파견근로자들 역시 정규직 노동자와 하는 일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임금은 크게 차이가 난다. 2001년에 실시된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견근로자의 임금은 정규직노동자의 약 6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용자가 파견업체와 용역계약을 할 때 최저 낙찰제로 업체를 결정하기 때문에 기본임금이 적은데다 파견업체에서 수수료까지 떼어가기 때문이다. 제철회사에 근무하는 한 파견근로자의 경우, 임금 165만원중 실수령액은 65만원에 불과했다. 파견업체가 파견수수료나 관리경비 등의 명목으로 수당의 20%, 심지어는 60%까지도 챙기고 있는 실정이다.


  또 파견근로자는 기본적인 노동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파견근로자들의 실질적인 노동조건은 사용업체들이 결정하고 있지만 사용업체들은 파견근로자와 직접 계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의 노동권을 전혀 보장하지 않고 있다. 한 파견업체에서는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한 후 실질적 사용자인 모 시멘트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고, 대부분이 사실상 해고돼 버렸다.


  최근 정부에서는 불법 파견을 줄인다며 파견가능 업종 확대, 파견기간 연장 등 파견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파견법을 둘러싼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범사회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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