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태어나 사람한테 외면당하는 일처럼 눈물 나고 서러운 천형도 없다. ”

지난 2004년 2월부터 2005년 7월까지 월간지 『인권』에 실렸던 우리 사회 인권 침해 현장 이야기를 모은 『길에서 만난 세상』이 출간됐다.

‘제3의 시민, 도시의 노인들’을 펼치면 파란 하늘 아래 낡은 건물이 보인다. 건물 담벼락 앞에 네 명의 노인이 나란히 앉아 있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늘 지나치는 바로 그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점심 한 끼 먹는데 라면도 2000원이야, 못 먹지”라며 10년째 점심 끼니를 걸러 온 김씨 할아버지 내외는 허기를 잊기 위해 하루 종일 종로 거리를 걷는다. 김씨 할아버지처럼 탑골 공원에 모인 수많은 노인들이 제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사회의 비난과 차별 속에 양육권은 물론 학습권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10대 비(非)혼모들의 이야기도 담겼다. “다 네 잘못이다”란 상대 남자 부모의 비난과 “같이 죽자”는 부모의 절규 속에 상처 받는 그들은 학업 성취도나 평소 품행과는 상관없이 임신 사실만으로 퇴학당한다. 교육 기회의 박탈은 어린 엄마들을 사회의 빈곤층으로 내몬다. ‘우리 학생은 단정하다’며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성교육마저 거부하는 학교는 어린 학생의 무지한 임신에 대한 간접적인 책임자라 할 수 있다.

길가 곳곳에 걸린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란 현수막, ‘준비된 베트남 신부, 마음만 먹으면 가능’이란 신문광고 역시 우리 사회 인권 침해 현장의 흔적이다. 광고에는 ‘헌신적으로 남편을 섬긴다’, ‘체취가 좋다’ 등 여성을 성상품화하는 문구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렇게 한국에 온 많은 아시아 여성은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시댁식구의 모욕에 시달리며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또 ‘한쪽 다리 내주고 이룬 코리안 드림’은 작업 중 사고로 장애인이 된 인도네시아인 사카씨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한쪽 다리를 잃고 퇴직금도 못 받았지만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산업재해 보상비와 휴업 급여를 받아 고향에 돌아가게 된 사카씨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그와 함께 온 산업연수생 스무 명 중 단속을 피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디며 한국에 남아 있는 이는 한 사람뿐이다.

이외에도 책에는 제도권 교육 밖에서 차별받는 탈학교 청소년과 제도권 교육 안에 갇혀있는 고등학생, 소외감을 나눌 또래 친구조차 없는 농촌 청소년의 ‘인권’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어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탈북 청소년, 일일 근로자 등 여전히 진행 중인 삶의 이야기들은 『인권』의 한 꼭지에 매달 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