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만남

사람의 마음을 여러 학문이 함께 연구하는 분야로는 인지과학과 진화심리학이 꼽힌다. 인지과학은 철학, 심리학, 언어학, 인류학, 신경과학, 인공지능의 학제 간 연구로서 마음을 일종의 정보처리체계로 간주한다. 한편 진화심리학은 진화생물학과 인지심리학의 학제 간 연구로서 마음을 찰스 다윈의 진화론으로 설명한다.

진화론의 중심 개념은 자연선택이다. 자연선택 이론은 적자생존으로 규정된다. 생물이 생존경쟁에서 이기려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적응이란 자연선택이 오랜 세월 지속적으로 작용하여 생물의 기능 중에서 효과적인 부분만을 선택, 진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의 마음을 이러한 적응의 산물로 간주하는 학문이 진화심리학이다.

진화심리학은 1992년 심리학자 레다 코스미데스와 그녀의 남편인 인류학자 존 투비가 함께 편집한 『적응하는 마음』의 출간을 계기로 하나의 독립된 연구 분야가 됐다.

진화심리학으로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인물은 미국 MIT의 스티븐 핑커 교수다. 1994년 펴낸 『언어본능』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언어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언어를 본능이라고 보는 까닭은, 첫째 어린 시절에 의식적인 노력이나 교육 없이 자발적으로 발달되며, 둘째 밑바탕에 놓인 논리를 몰라도 사용할 수 있고, 셋째 모든 사람에게 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언어에 대한 기존의 견해, 즉 언어는 인류 역사의 어느 시점에 발명된 문화의 산물이며 교육에 의해 아이들에게 전수된다는 생각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언어 역시 다른 신체기관처럼 자연선택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진화심리학은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의 마음이 보편적인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한 가지 결정적인 예외는 불가피하게 인정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자연선택이 남녀의 마음을 다르게 구성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접근방법으로 짝짓기 전략에서 여성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령 하버드대의 심리학자 낸시 엣코프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짝짓기 경쟁에서 가장 유리하므로 여성미가 진화되었다고 주장한다. 여성미는 페미니스트들의 생각처럼 결코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구성물일 수 없으며, 여성 자신의 짝짓기 경쟁을 위해 진화된 적응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무엇보다 진화심리학을 사회생물학의 한 분파로 격하시키는 논리를 가장 혐오한다. 사회생물학은 인간의 본성과 행동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함에 있어 마음의 역할을 무시하기 때문에 마음을 강조하는 진화심리학과 닮은꼴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진화심리학을 행동유전학과 유사한 학문으로 보는 견해에 반발한다. 행동유전학이 개인행동의 차이를 유전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는 반면, 진화심리학은 유전자가 모든 인간에 보편적인 행동의 기초를 이루고 있지만 환경이 개인행동의 차이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진화심리학자들은 인류가 공유하는 것으로 간주된 행동 특성들, 이를테면 언어, 폭력성, 짝짓기 전략, 미적 감수성, 질투심, 기만행위, 이타주의 등이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의 산물임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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