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 지음, 문학과지성사, 1만원, 377쪽

『펭귄뉴스』, 김중혁 지음, 문학과지성사, 1만원, 377쪽

소설의 주인공이 꼭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김중혁의 소설들에서는 아우라를 갖고 있는 사물들이 소설의 중심에 있다. 항상 도구이고 배경이기만 했던 우리 주변의 물건들과 교감하면서 새롭게 열리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의 첫 소설집에는 「펭귄뉴스」, 「멍청한 유비쿼터스」 등 8편의 단편소설들이 수록돼 있다.

그의 소설에는 한때는 무척 친숙했지만 어느새 우리에게 잊혀진 라디오, 지도, 타자기, 연필 같은 것들이 등장한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이러한 물건들과 교감하면서 교환가치가 지배하는 시대의 통념들로부터 한 걸음 벗어난다.

「무용지물 박물관」의 디자이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와의 만남을 계기로 우리의 습관이 얼마나 시각적인 것에 압도당해 있었는가를 새삼 깨닫는다. 「회색 괴물」의 타이피스트도 어느 날 타자기로부터 “서두르지 마”라는 말을 듣고 디지털 시대의 가치관을 반성적으로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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