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디지털 정보사회다. 디지털에 의한 글로벌화는 역동적인 변화로 세상을 격변시키고 있다. 부산영화제, 여의도 빛의 축제 등 다채로운 디지털 문화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행사들은 일회용 행사로 엄청난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차라리 박물관이나 문화유적지 탐방, 책읽기 운동으로 내실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대문화를 여가문화, 심미적문화, 선택문화, 부분문화, 대행문화의 성격을 지닌 취향문화라고 규정하고 있는 하바드 J 겐스는 그의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에서 이러한 놀이문화를 ‘신민속하급문화‘로 규정짓고 있다. 문화는 선택한 사람들의 계급, 연령, 종교, 출생적 지역적 특징으로 나타나는 공중(公衆)의 문화로 나타난다. 순수작가, 미술가의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상급문화와 수용자가 창작자를 스타로 쳐다보고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주는 중상급문화, 자기가 속해 있는 계층의 도덕적 가치를 수구하려는 중하급문화, 영화나 텔레비전 무대공연을 통해 대행적 체험을 즐기는 하급문화로 나눈 겐스는 신민속하급문화를 마지막에 놓고 있다. 김유정 축제나 이효석 축제가 민속의 볼거리, 메밀꽃 핀 들 구경하기가 중심이 되는 것도 김유정이나 이효석 문학을 이해하고 심화시키지 못하고 신민속하급문화의 선택적 부문문화가 되고 있는 현상이다.

문화는 창작자와 수용자에 의해서 형성되는 창작물과 그 전개현상을 말한다. 공연과 책이라는 매개물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새로운 창조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을에 개최되고 있는 많은 축제가 먹거리와 볼거리로 전락하여 문학적 문화의 향유와 생활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런 문화의 기층을 이루는 것이 문학이다. 그 문학을 출발로 하여 소설이나 고전의 연극․영화화, 무용․음악 등의 상호 교치(交熾)에 의한 문화의 향연을 열어 문화를 향유하고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정보사회의 정신적 고갈

대학은 문학적 문화의 생활화를 위해 변화해야

 

스트래트포드에는 셰익스피어를 기리는 생가나 상가가 있을 뿐 아니라 상설극장이 있어서 성수기에는 로렌스 올리비에 경이 「햄릿」의 주인공으로 열연을 하여 감동을 주고, 모스코바의 톨스토이 기념관에는 『부활』의 네플류도프가 사랑한 카츄샤의 방까지 꾸며 놓고 있으며, 프랑크푸르트의 괴테하우스 3층에는 괴테가 70세 때 청혼까지 한 17세의 소녀 레르케를 비롯해 사랑한 여인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어 방문하는 많은 애호가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문학의 향취를 느끼게 한다. 문학을 통한 문화의 진흥이요 문학의 생활화라고 할 수 있다. 성페테르스부르크의 문학관, 연극관, 발레관이 모여있는 푸쉬킨 광장, 셰익스피어 만을 위한 관광도시가 형성돼 있는 스프래트포드, 젊은 예술가들의 중심인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과 같이 문학적 문화를 생활화하고 있는 데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대학 문화도 문학적 문화의 창조와 생활화를 위해 많이 변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선행해야 할 일이 책읽기의 확산이요 새로운 문화의 창조이다. 몇 년 전 많은 대학에서 고전 백서를 선정․발표했으나 그 결과는 미미한 상태이다. 디지털의 정보사회에 산다고 해서 정신적 기저인 고전이나 문학을 도외시할 수 없다. 한 손에는 책을 들고 또 한 손에 컴퓨터를 들어야 한다. 책가방에 문고판 한두 권쯤은 갖고 책읽기를 해야 한다. 서울대생은 밥 먹듯이 공부한다고 한다. 부담을 가지지 않고 공부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는 말이다. 고전을 비롯하여 많은 작품을 읽어 그 향취에 젖고 문학적 문화를 생활화하여 삶을 살지게 해야 한다. 문학적 문화의 생활화는 바로 이 책읽기에서 시작된다.

 

김용구 명예교수 ․국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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