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씨날코』, 김진송 지음, 푸른역사, 1만5천원, 379쪽

 이 책의 저자는 1999년 어느 신문사의 캐비넷 안에서 오래된 서류뭉치 하나를 발견한다. 서류의 정체는 바로 ‘전 국회의장 이기붕가 출입인 명부’. 명부에는 1959년 1월 4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이승만의 오른팔로 불리던 이기붕의 집에 들어온 선물 목록이 적혀 있다. 그런데 명란젓 한 통, 장미 한 다발을  최고 실세 권력가에게 주는 뇌물이라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당시 신문기사, 서적 등의 자료를 통해 1959년의 생활과 풍속을 재구성했다.

1959년에는 전력과 수도처럼 기본적인 사회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경기가 나빴다. 그러나 쌀 한 가마니와 맞먹는 가격의 바나나가 돈 있는 일부 특권층을 위해 지천으로 넘칠 만큼 수입되기도 했다. 태풍 사라호가 남부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던 그 해 9월, 피해 복구를 위한 구호 자금은 정부 관료들의 호주머니로 새어들어 갔다. 부패와 무능력이 만연한 당시 권력층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일화다.

1959년을 돌아본 저자는  “장미 한 다발도 씨날코(당시 고급 과일 음료)도 당시에는 뇌물이었다”고 결론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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