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박후기 지음, 실천문학사, 7천원, 159쪽

소시민의 가난과 한숨 섞인 애환을 담은 시집.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에는 ‘식량과 돈과 희망을 제물로 받는 가장 더럽고 아름다운 신전을 떠받치던’ 아버지가 있고, ‘가난에 찌든 구옥(舊屋)을 밝히는 가련한 목련꽃 같은’ 어머니가 있다. 시인은 매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잡부와 고향을 떠나온 외국 노동자의 눈물에 담긴 삶을 그대로 내보인다.

고름같은 막걸리’, ‘허기진 호주머니’, ‘한 잔의 피눈물’ 등 녹록치 않은 삶의 단편을 담은 시어들에서  중량감이 느껴진다.

“검은 장화 속 같은 날들이었다. 들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가 장화를 벗으면, 퉁퉁 불어터진 발가락들이 꽈배기처럼 꼬여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검은 장화속의 날들」 중) 삶은 어둡고 고단하지만 시 속의 화자는 ‘불어터져’서도 서로를 끌어안고 정으로 보듬는다.

세상엔 덧없음과 눈물, 고름이 넘쳐나지만 시인은 아직 남은 한 가닥 희망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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