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뙈기의 땅』(엘리자베스 레어드 지음), 『공포의 계절』(월레 소잉카 지음) 출간

테러의 공포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오는가

눈앞에 보이는 고요한 일상과는 달리 세계 반대편 어딘가에서는 지금도 총성이 울리고 있다. 일면 평화로워 보이는 세계 뒷편의 ‘공포와 전쟁’을 주제로 한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그들은 우리를 멸망시키려 하고 있어요. 나는 그들이 미워요. 그들을 다 죽이고 싶어요.” 팔레스타인 12세 소년 카림은 총 앞에서 알몸이 된 아버지를 보며, 올리브 농장에서 이스라엘 군의 총탄을 피하며 점차 증오와 적개심을 배운다. 『한 뙈기의 땅』은 순수했던 동심이 잔혹한 전쟁 속에서 분노로 날카로워져 가는 모습을 그려낸 소설이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은 어린 소년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소년에겐 마음 놓고 공을 찰 공간조차 없다. 운동장은 물론, 동네 공터마저도 이스라엘군 탱크에 짓밟힌 상태다.
그런 현실 속에서 소년은 ‘이스라엘을 증오하는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가짜 폭탄으로 이스라엘 군인을 놀라게 하는 친구의 용기를 부러워하고, 자살폭탄 테러범을 ‘순교자’로 부르며 존경하게 된다. 이스라엘 군인의 총알이 만든 상처는 소년에게 ‘명예로운 부상’이다. 

『한 뙈기의 땅』이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소년의 눈을 통해 묘사한 소설이라면 『공포의 계절』은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월레 소잉카가 테러리즘, 종교적 광기 등이 만연한 현대사회의 ‘공포’에 대해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한 강연 모음집이다.

소잉카는  『한 뙈기의 땅』의 카림에게서 드러나는 것과 같은 중동인들의 정서를 ‘공포’에 의한 ‘굴욕’이라고 표현한다. 다른 사람의 지배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송두리째 잃어 버렸다는 데서 느껴지는 ‘공포’가 의식에 침투해 내면의 존엄성을 빼앗아 ‘굴욕’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극심한 공포를 유포하는 것은 유사국가인 테러조직”이라고  분석한다. 테러조직이 테러를 통해 힘을 과시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성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의 주장에 따르면 국가도 가상의 반역세력을 낙인찍는 방식으로 공포를 재생산한다. 예를 들면 ‘자유세계의 지도자’라는 미국이 다른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는 집단의 지도자를 암살하기 위해 폭발물을 이용하는 등의 경우가 있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테러집단의 뿌리에 종교적 광기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종교적 근본주의가 이들에게 ‘복수는 은총’이라는 의식을 주입해 아무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내가 깨달은 진리를 보지 못하는 거야. 우리 모두는 똑같은 인간이라는 진리를 말이야.” 『한 뙈기의 땅』에서 카림의 할아버지가 이스라엘에 분개하는 카림에게 건넸던 말은 『공포의 계절』에서도 반복된다. “오늘날 폭력과 종교의 수사학적 광기가 강제하는 굴욕에맞서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 존엄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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