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당들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 사용한 선거 자금에 관련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나, 각 정당이 벌이고 있는 논란과 행동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후진적인 부분으로 평가 받아 온 정치권의 실상과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잘 대처하기만 한다면 이러한 사건들은 역으로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있었던 유사한 사건들에서처럼 정치권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노력보다는 서로의 흠집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당사자들은 불법 모금이 한국 정치의 오랜 관행임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이 억울한 피해자임을 강변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이번 사건도 유야 무야될 뿐 별다른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 조짐들이 있다. 과거에는 실무 책임을 져야 했던 몇몇 사람들이 희생양을 자처하면서 사실 관계를 축소시켰지만 이번에는 최고 책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그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것은 과거와 같은 적당한 얼버무림이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국민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상당히 철저하고 광범하게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도 이러한 국민 의식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발전된 국민 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이번 일을 과거의 잘못된 정치 관행이나 폐습과 단절하고 한국의 정치와 정치인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 거듭나게 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먼저 불법 자금의 진상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이에 따른 엄격한 단죄가 이루어짐으로써 정치인들이 자의든 타의든 불법에 관여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막대한 회사 자금이 남모르게 빠져나갈 수 있는 현재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회계 제도를 개선해서 부정한 돈의 흐름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우리 정당 구조를 뜯어 고치는 등 근본적인 정치 시스템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많은 참신한 인사들이 정치에 입문했지만 상당수가 좌절하거나 기존 정치인들의 행태를 닮아가는 것은 시스템 변화가 없는 개혁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또한 정치에 대한 불신이나 무관심으로 선거에 참여조차 하지 않거나, 불법적인 자금을 모아서 뿌리고, 법을 어기더라도 자신의 청탁을 실현시켜 주어야 유능한 정치인으로 평가하고, 부정이나 부패에 연루되었더라도 지역의 이익이 될 것 같으면 선거에서 표를 주어 왔던 국민들의 잘못된 선거권 행사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정치는 우리 생활과 떨어질 수 없고, 우리 사회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이다. 이러한 정치 분야의 발전은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감시와 참여를 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미래 한국을 짊어지고 나갈 대학생들이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한국 정치의 발전에 관심을 갖고 행동할 때 우리나라 정치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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