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 명예교수 강연회 - 「이태준의 『문장강화』와 글쓰기」

한국 문학비평의 거장 김윤식 명예교수(국어국문학과)가 지난 6일(목) 교수학습개발센터(CTL)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CTL 글쓰기교실이 주최한 「이태준의 『문장강화』와 글쓰기」 강연에서는 이태준의 문학을 비롯해 한국 근대문학 전반에 대한 김 교수의 문학비평 이론을 접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우선 ‘근대문학’과 ‘한국 근대문학’의 조건을 정의했다. “민족주의와 자본주의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비틀었는지 드러나야 근대문학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문학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그는 “근대문학에 한국적 특수성이 더해져 반제국주의 투쟁, 반봉건주의 투쟁이 작품에 반영돼야 한국 근대문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국 근대문학의 주류가 카프(KAPF: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계열 문학, 민족주의 문학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문학 작품은 근본적으로 어휘 사용이나 감정 묘사에 취약해 거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근대문학은 독립운동에 관한 것”이라며 “수필 등 내면을 탐구하는 세련된 문학은 처음부터 거부됐으며 만들어질 틈도 여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소설가 이태준의 『문장』, 평론가 최재서의 『인문평론』 등의 문학지를 통해 소개된 작품들이 문장의 정수를 보여주며, 나아가 일제강점기 말 우리 문학의 수준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장은 그 뜻을 다 빼더라도 그 자체로 아름다워야 하며 홀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태준은 거친 한국 근대문학 속에서 미문(美文)을 중시하는 ‘이상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태준의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 바로 그의 저서 『문장강화』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글의 내용’과 ‘글 자체의 아름다움’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의견은 문학계에서 아직까지 분분하지만, 이태준의 문학은 그동안의 한국문학을 정제할 필요에 의한 시대적 요청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 교수는 일제의 탄압이 심해진 이른바 ‘문학의 암흑기’(1942~1945)의 ‘이중어 글쓰기 공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중어 글쓰기 공간은 작가들이 일본어로 작품활동을 한 시대를 뜻한다. 이는 한국어로 쓰인 문학을 근대문학이라고 규정할 때, 한국 근대문학사의 연속성을 가로막은 시기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일본어로 작품 활동을 한 작가들을 각각의 특징에 따라 제1형식(유진오, 이효석, 김사량), 제2형식(이광수), 제3형식(최재서), 제4형식(한설야), 제5형식(이기영), 제6형식(김종환)으로 구분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이광수와 한설야에 대해 “이광수는 일본어로 쓴 소설과 조선어로 쓴 소설의 친일적인 내용이 판이하게 다르고,  한설야는 한국작가도 일본어로 작품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본어로 창작했다”며 이들을 모두 친일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인문학자로서 우리 세대의 자존심은 일종의 독립운동을 연구한다는 것”이라며 “여러분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문학연구의 근거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너무나 바쁜 현대사회에서 문학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김지하 시인이 감옥에 있을 때 시멘트 바닥에서 자란 한줄기 민들레에 희망을 느꼈듯, 식물적 상상력을 가진 문학만이 도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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