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인터뷰] 『연암을 읽는다』 펴낸 박희병 교수(국어국문학과)
오랜 시간 연암 박지원을 연구해온 박희병 교수(국어국문학과)의 『연암을 읽는다』(돌베개)가 지난 5일(수) 출간됐다. 이 책에는 「큰누님 박씨 묘지명」, 「정석치 제문」, 『말똥구슬』서문 등 20편의 연암 산문이 한글 번역문으로 실렸다. 박 교수는 먼저 한 편의 글을 제시한 뒤 다시 단락별로 글을 나눠 자세한 주해와 평설을 차례로 달고 끝에 총평을 달아 책을 구성했다. 이에 박 교수에게 책과 ‘연암 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연암을 읽는다』를 펴낸 이유는 ?
연암의 산문은 짧으면서 심오하고 본질적이다. 그러나 현대의 한국인은 깊은 함축을 품고 있는 글에 익숙하지 않다. 게다가 동아시아의 문화적 전통에 대해 아는 것이 빈약해 연암의 글을 이해하기 어렵고 오독하기 쉽다. 그래서 『연암을 읽는다』는 불가피하게도 연암의 글보다 훨씬 많은 설명 글을 담았다. ‘연암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동아시아를 읽는다’는 의미도 있다. 연암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동아시아적 교양을 습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연암을 읽는다』에 실린 글의 선정 기준은?
연암 사유의 깊이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글들, 때로는 쓸쓸하고, 때로는 슬프고, 그리고 절망감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탱하며 세상에 저항하고 있는 그의 내면 풍경을 잘 보여주는 글들, 그의 심미적인 눈과 세상에 대한 열의를 보여주는 글들을 주로 뽑았다.
◆ 연암의 문체와 사상의 특징은?
연암의 문체는 기발하고, 자유롭고, 경계 같은 것이 없고, 기세가 펄펄 넘치며, 경이롭다. 중국 당송8대가의 그 누구하고도 다르다. 그러나 연암은 단순한 글쟁이가 아니었다. 그는 나라와 백성의 운명에 깊은 관심과 고뇌를 품었다. 연암은 선비로서의 경세의식(經世意識)이 투철했고, 이는 그가 전개한 실학사상인 북학과 연결된다.
◆ 오늘날 연암을 읽는 의미는?
연암의 글은 때로는 대단히 논리적이면서도 때로는 대단히 심미적이기 때문에 그의 글을 읽음으로써 이성적[]심미적 사고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남의 말, 남의 글을 자기 사유 속에서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재창조하는 연암의 글쓰기 과정은 오늘날의 창의적인 글쓰기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또 연암은 좁은 일국적 관점이 아니라 확 트인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사고했다. 몇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중국문화의 전통을 마음대로 갖다 썼지만, 사대적으로 흐르지 않고 오히려 조선의 주체성을 강화시켜 나갔다. 이는 그의 사유와 미학, 글쓰기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최고의 규율인 ‘법고창신(法古創新)’으로 원리화됐다. 타자와 주체의 공존과 어우러짐은 현대의 한국인에게 절실히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