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숙 교수 초청 간담회

한국의 군사주의 문화를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문제제기한 책 『대한민국은 군대다』의 저자 권인숙 교수(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가 서울대 학생들과 ‘수다모임’을 가졌다.

지난 6일(목) 사회대에서 ‘권인숙씨와 함께하는 징병제와 젠더 간담회’가 ‘적극적평화행동’의 주최로 열렸다. 권인숙 교수는 그의 책 4장 ‘징병제와 젠더’에 초점을 맞춰 강연을 진행했으며 이후 관련문제에 대해 참석한 약 30여 명의 학생들과 토론했다.

시작에 앞서 권 교수는 “우리 사회는 ‘군사화’된 사회인갚라는 질문을 던졌다. 집단중심적 사고방식, 지나친 위계질서 강조 등 학생들의 답변이 이어지자 권 교수는 “우리는 ‘군사화’된 일상을 경험하고 있지만 이를 언어로 떠올려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우리 사회는 군대에 대한 문제제기조차 금기시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 가산점 논란에서 드러나듯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사회적 희생에 대한 보상욕구가 크며 이러한 욕구는 곧 ‘따라서 나는 사회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다’는 사회의 주인의식을 형성해 여성을 배제하는 남성연대를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또 “군대가 필요악이라 할지라도 남성성이 군대유지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며 군대의 지나친 남성성 강조 문화도 비판했다.

또 그는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징병제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없었던 원인으로 ‘지나친 국가주의’와 ‘방법론적 동의’를 꼽았다. 강대국의 군사력에 의해 일본 제국주의에서 해방됐던 역사적 경험은 ‘평화는 힘으로부터 온다’는 믿음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형성된 군사주의 이데올로기가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제국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군대 규모만을 중시하는 국가안보관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며 “모병제가 지금으로선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모병제 등 강연내용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한 학생이 “모병제가 되면 자발적 행동이라는 이유로 군대 내문제가 오히려 정당화될 우려가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권 교수는 “그보다는 자신이 선택했으므로 군 문화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오히려 클 것이며, 피해 의식에 따른 보상욕구가 줄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또 다른 학생이 양성평등을 위한 여성징병제 논의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남성우월의식 극복, 복무기간 단축 측면 등에서는 효율적이지만 현재 한국의 사고방식에서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