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교수(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이 학교의 교수가 된 후 이제 신임총장 선출을 위한 선거가 세 번째인데, 총장선거가 가까워질 때마다 계속해서 ‘어떠한’ 신임 총장을 선출할 것인가에 대한 학내의 논의에 비하여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더 많이, 그리고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으니 말이다.  어떠한 교수가 총장이 되든지 그리 다를 바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런 현상이 현행 선출방식의 단점이기에 선출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말인지 논의의 중심에 있지 못한 사람으로서 그 이유가 매우 궁금하다.

개교 60주년을 맞이하였고, 이제 겨우 세계 100위권 안에 들어선 서울대의 신임 총장이 앞으로 어떻게 서울대를 이끌어나갈지는 투표권을 가진 서울대의 구성원에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매우 큰 관심사다.  이는 무엇보다도 서울대에 우리나라의 미래와 희망이 달려있다고 믿는, 아니 서울대가 앞장서서 미래를 이끌어달라고 부탁하는 국민이 여전히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서울대를 앞으로 4년간 이끌어 나갈 사람이 바로 신임 총장이 아닌가.  따라서 여느 선거가 그렇듯이 중요한 것은 최종적으로 선출되는 사람이기에, 어떠한 사람을 총장으로 뽑아야 서울대가, 그리고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성숙할지 고민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최근의 사태를 보면 학내에 존재하는 여러 교수, 직원, 학생단체와 기관들 중에 ‘어떠한’ 총장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이것도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개입 때문인지 궁금하다.

그러고 보면 10년이 넘도록 임기를 제대로 마친 총장이 없었다는 것도 이러한 이상현상을 불러온 원인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현 총장은 분명 임기를 마치겠다고 하는데도 이번 선거에 오히려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진 것은 분명 선관위나 지방 선거의 영향 때문일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총장의 조기퇴진 지속현상 역시 직선제의 폐단이기에 빨리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거나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 선출될 신임 총장의 역할은 기존의 총장에게 주어진 역할보다 더욱 중요해 보인다.  이미 시작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 문제, 국제화에 따른 교육시장 개방 문제, 학생규모 축소에 따른 기성회 예산 감소 문제, 신임교수 충원규모 급감 문제 등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며, 신임 총장은 이들 문제를 포함하여 여러 난관을 책임지고 해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앞으로 서울대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견해를 가진 총장이 필요할지는 총장선거의 입후보자가 누군지 모르더라도 얼마든지 학내의 토론과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현행법상 교수는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얼마든지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떠한 총장이 우리 서울대에 필요한지, 우리는 신임 총장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언제쯤 시작될지, 그저 기다리기에는 안타까워 또 다시 다가온 총장선거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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