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 1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던 서울대 ‘샌드페블즈’의 리더인 여병섭씨를 인터뷰 한 적이 있다. 그는 정운찬 총장과 ‘푼수회’라는 개인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푼수회’라는 모임명은 정운찬 총장이 제의한 것이라고 하는데 아무런 부담없이 자유롭게 만나고자 정한 것이라 한다. 그는 정운찬 총장을 매우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람이라며 총장의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2002년 1학기 45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상분 반환과 총장불신임을 주장하며 총장실을 점거했다. 당시 총장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은 하늘을 찔렀고 교수들조차 총장의 독단적인 행정처리에 우려를 표명했다. 학교는 민주적인 의사 결정구조를 확립시켜 줄 개방적인 총장을 갈망했고 이런 분위기에서 정운찬 교수가 총장으로 선출됐다.

 

취임사 등을 통해 나타낸 ‘열린 대학’을 지향한다는 그의 신념은 취임 1년 후, 평의원회의 기능을 자문역할을 하는 심의기구에서 의결권까지 갖는 심의ㆍ의결기구로 강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총장이 위촉할 수 있는 평의원의 비율을 전원의 1/2에서 1/4로 축소하는 한편 보직교수를 제외시켜 사실상 학외 인사도 교내 행정기구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내부적으로 평의원회가 학사현안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서울대가 국립대학으로서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한국 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정 총장, '열린대학'에 대한 처음 자세 잃지 말아야

그러나 최근 발표한 제8기 평의원회에서 총장이 위촉한 학외 인사 13명의 명단을 보면 우려가 앞선다. 이를 살펴보면 5명은 관악구청장, 서울시장, 기획예산처 차관 등 행정단체의 주요 관직을 맡고 있는 현직 행정 인사이고 다른 4명은 OB맥주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국제분회장(기성회장), 임광토건회장(총동장회장) 등 재계인사로 구성돼 있다. 과연 이들이 한국 사회를 대표할 수 있겠는가. 이와 함께 98년부터 유가증권 상장 규정 개정안의 일부로 시행된 기업체의 사외이사제도에 대한 시민단체의 지적처럼 학외인사가 객관적인 평가 및 자문위원으로의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비공식적인 협상의 경로로서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정총장, ‘열린대학’ 에 대한 처음 자세 잃지 말아야

 

더구나 이러한 관ㆍ재계의 인사들이 과연 한 학기에 2번 열리는 평의원회 회의에 얼마나 자주 참석해 얼마나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그들에게 제공되는 여유와 학내의 정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평의원회의 학외인사는 한국의 대학교육 및 국립대학으로서의 서울대의 역할에 대해 공정하고 비판적으로 심의할 수 있도록 시민단체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로 구성해야 했다. 또한 취임 당시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모든 학내의 구성원이 참여해 자율성을 가진 대학을 만들기 위해 평의원회 학외인사 자격요건을 공개해 공정성을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정운찬 총장이 취임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학내외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이미 ‘학생과의 대화’ 및 ‘평의원회 학칙 개정’ 등에서 드러나고 있으나 아직 미비한 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학생과 노동자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며 기꺼이 그들의 의견에 경청하겠다는 총장의 처음 그 다짐은 앞으로도 계속 실현되어야 할 원칙이자 목표임을 잊은 건 아닌지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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