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구 명예교수(외교학과) 강연회

지난달 24일(월) 83동에서 제1회 동주포럼 김용구 명예교수(외교학과)의 강연회가 「한국외교사 연구의 창조를 위하여」를 주제로 열렸다. 『세계외교사』 등을 저술한 국제정치학계의 원로 김용구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외교사 연구의 문제점과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김용구 교수는 먼저 19세기 한국외교사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한 국제정치 연구가 부족한 현실을 거론했다. 그는 “1885년부터 영국이 거문도를 2년간 무력으로 점령했던 ‘거문도 사건’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를 살펴 볼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인데도 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외교사에 사용되는 여러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강화도 조약에 쓰인 ‘조선은 자주국’이란 표현은 사대교린 질서의 개념으로 사용됐으며, 국제법의 ‘독립국’과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도 혼용되고 있다”고 제시하며 이를 비판했다.

또 그는 한국외교사 연구가 지나치게 미국 학계의 영향을 받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미국외교사는 자국의 대외정책 연구에 치중해 주변국을 소홀히 다룬다”며 “그러한 연구 풍토의 영향으로 한국외교사에도 사회주의 국가 등 주변국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미간(未刊)문서’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약소국의 국제사는 강대국에 의해 왜곡되기 쉽다”며 “비록 접근이 어렵더라도 왜곡이 적은 미간문서에 대한 학자들의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간문서는 발행되지 않은 외교문서로 강대국의 검열[]삭제가 적어 당시 외교현황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 경험에 비춰 오늘날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창조의 선례로 조선 정조 시대의 외교사를 집대성한 외교문서집 『동문휘고(同文彙考)』를 들었다. 외교문서를 소중히 다루던 선조들의 의식을 오늘날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강연회로 시작된 동주포럼은 국제문제연구소가 주최했으며, 외교학과를 중심으로 선[]후배가 만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한 학기에 두 번씩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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