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 과학기행』 출간

역사 속 우리 과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가 전통 과학을 배우던 방식과는 다른 답을 내놓은 『우리역사 과학기행』이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인 문중양 교수(국사학과)는 “석굴암에서 우리 민족의 우수한 과학적 역량을 찾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글쎄…….”라고 답한다. 석굴암에는 약 1200년을 견뎌 온 신비로운 신라의 축조술이 숨어있다. 석공들은 주실 위쪽에 자리한 연기보살좌상 뒤편에 환기창을 만들고 석굴 밑으로 자연스럽게 샘물이 흐르도록 하는 방법으로 통풍과 제습 문제를 훌륭하게 해결했다. 그러나 문 교수는 이에 대해 “당시 석공들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수학[]과학 원리를 적용해 석굴암을 지은 것이 아니라 오랜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혜를 발휘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전통과학을 현대과학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우리역사 과학기행』에는 중국 과학사학자 조지프 니덤의 이름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는 중국 전통과학이 서양과학만큼 우수했음을 보이려고 노력한 과학사학자다. 문 교수는 “한국과학사학계도 조지프 니덤을 모델로 전통과학을 서양과학의 시각에서 평가하려고 노력해왔다”며 “그로 인해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잘못된 상식들이 아직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거북선이 그러한 예다. 16세기 조선에는 일본선보다 우수한 ‘판옥선’이 있었다. 거북선은 일본 수군의 전열을 무너뜨리기 위해 판옥선을 약간 개조한 돌격용 군선일 뿐이었으며, 거북이 모양의 덮개로 인해 기동성과 위력 면에서 판옥선에 뒤졌기 때문에 전쟁 기간에 3~4척만이 제작됐다. 그럼에도 일본인 학자들은 조선시대의 일반 조선(造船) 기술을 부정하기 위해 거북선만을 부각시켰다. 그러한 식민사관이 군사정권에 의해 ‘영웅의 위대한 과학 기술 발명’이라는 신화로 연결됐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저자는 “전통과학은 당시 사회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조들의 업적에서 우수한 과학적 성과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면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되던 전통과학 유산의 귀중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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