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 소설가 천운영씨

사람들은 ‘낯섦’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평범하거나 일상적이지 않은 것을 대하는 일은 언제나 우리들을 짜릿함으로 이끈다. 마치 전혀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천운영의 소설에 대한 반응이 바로 그랬다. 지난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자 첫 단편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바늘」의 추녀 문신사를 비롯해, 소골을 손질하는 할머니(「숨」), 할머니 뼛가루를 맛보는 손녀(「명랑」) 등 소설 속 ‘그녀’들의 이야기는 “낯설고 이색적인 소재로 한국 소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문단의 찬사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작가에게 ‘엽기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육식을 좋아하고, 탐욕적이며, 게다가 못생기고 신체적 장애를 가진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작가 자신은 ‘낯설다’라는 말도, ‘엽기적’이라는 말도, ‘아웃사이더’라는 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낯선 인물이라……. 저는 제 주변의 이야기를 했을 뿐이에요. 뻔하게 드러난 사람 뒤에 숨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들 역시 낯선 사람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죠.” 작품 속에 빈번히 등장하는 육식도 그렇다. ‘인물의 파괴적 본능을 반영한 것’ 등 여러 해석이 있었지만 그는 단순히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일축한다. “‘소화’라는 건 ‘내 살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내 살과 가장 비슷한 걸 먹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요?”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투의 대답은 상식을 비꼬는 재치다.

이처럼 그의 소설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된다.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사람들은 그에게 인생과 소설의 길을 밝혀 주는 존재들이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사람에 대한 충실한 탐구로 씌어진다. 그를 '발로 쓰는 작가'라고 칭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발해 유물을 찾겠다고 중국을 무작정 돌아다니기도 하고, 어려운 해부학 책을 몇 권이나 독파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 속 인물로 변신할 조선족, 시장통 아줌마 등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언어’를 얻는다. 부닥칠 각오만 있다면 취재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그저 그들이 끊임없이 풀어놓는 이야기를 들어줄 인내심만 있으면 된다. 이렇게 그들의 삶은 천운영의 소설로 오롯이 다시 태어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는 감동을 주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감동을 주는 것은 항상 구멍이고 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카프카의 말처럼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곡괭이 같은’ 소설을 쓰려고 해요. 차가운 사회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소설.”

그가 어려서부터 문학소녀 소리를 들은 것은 아니었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그는 “‘사설쓰기’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내가 쓴 사설을 보고 ‘소설을 쓰는 게 낫겠다’고 하신 말씀이 마치 ‘신의 계시’ 같았다”고 장난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를 소설가로 이끈 것은 ‘쓰고 싶은 욕망’이었다고 했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입학한 서울예대에서 글 쓰는 공부를 할 때는 정말 즐거웠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굉장히 열정적이었죠.”

그의 ‘욕망’은 그와 그의 소설을 절대적으로 규정짓는다. 그는 욕망은 삶의 이유이며 그것은 몸으로 표현된다고 믿는다. “몸은 즉각적이에요. 가만히 몸에 귀를 기울이면 굳이 머리로 생각하려 들지 않아도 돼요. 사랑도 몸이 먼저 느끼죠. 왜 ‘몸이 달았다’는 표현을 쓰잖아요. 인간을 관찰할수록 몸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소설의 주인공들은 엽기적인 것이 아니었다. 단지 욕망하고 있었을 뿐이다. 지금도 육체에 대한 욕망과 늙음  등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  「누드사진관」을 마무리 중이다.

“왜 소설이냐”라는 질문에 “소설이니까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는 작가 천운영. 그렇게 순수한 그이기에 그의 욕망이 뱉어내는 언어들은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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