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대 총학생회장 황라열씨(종교학과ㆍ00)

총장선거가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 또 예의 그 고루한 - 무엇 무엇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형식화된 답변만이 돌아올 - 질문들이 난무할 생각을 하니 갑갑한 생각부터 들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역으로 총장선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가를 반문해보면 그 역시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서울대 학생들과 총장의 사이는 이미 가까이하기도, 또 완전히 떼어놓기도 어려운 관계가 되어버린 듯하다.

개인적으로 향후 서울대 총장으로서 학교 전체를 대표하실 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해묵은 주장을 외치지는 않겠다. 백번 양보하여 학교의 주인이 학교 당국이라고 가정한다면, 학생들은 학교에 4년간 머무는 귀빈이다. 손님 대접을 제대로 받는다면 학생들이 주인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요즘은 심지어 택시 한 번을 타도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준비된 운전수를 만나게 되고, 기업들도 그 어느 때보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대해 총력을 기울인다.

어떤 정책, 어떤 생각으로 서울대가 운영될지는 총장선거가 끝나봐야 알 노릇이고, 또 학생들의 특정한 요구나 생각이 받아들여지기에는 아직 그 정도로 토양이 갖추어지지는 않았다는 생각이어서, 학생들의 대의를 모았다는 비현실적인 요구를 던져놓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다. 다만 단지 몇백 명의 고객을 상대로도 고객만족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존재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실에서, 매년 몇만 명의 고정 고객을 가지고 있는 서울대가 그에 대한 서비스 수준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 머무른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을 학교의 주인으로 인정해 주지 않아도 좋다. 어차피 지금껏 그 명분만을 쫓다가 남은 건 고등학교보다 못한 학교에 대한 애교심뿐이니까. 새로 뽑힐 총장이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생이 없는 학교는 존재할 수 없으며, 한 번 소비자에게 버림받은 기업은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는 점이다. 시대는 급속히 변해간다. 이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불친절한 서비스에 대해 방관의 태도로 일관하지 않는다.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도 날이 갈수록 더욱더 커져만 갈 것이다.

혹시나 학생들의 생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적당한 타협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신 후보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고 진정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노력을 먼저하시기를 당부드린다. 부디 조만간 각종 언론 매체에서 학생들이 총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학생들의 입에서 학교 자랑이 흘러나오는,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그림들이 넘쳐나는 그런 날들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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