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의 저서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갤브레이스가 지난달 29일(토) 타계했다. 생전에 총 33권의 저서를 남긴 갤브레이스의 대표작을 통해 그의 경제 이론과 사상을 조명해본다.

갤브레이스의 기본적인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초기작 『미국 자본주의, American Capitalism-The Concept of Coun tervailing Power』(1952)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갤브레이스는 이 책에서 그의 대표적인 개념인 ‘길항력(Countervailing Power)’을 소개했다. 길항력이란 두 개의 강력한 집단 사이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힘의 작용과정이다. 갤브레이스는 이러한 힘겨루기를 통해 경제체제에서 특정 집단의 독점을 막고 성장과 안정 간의 균형이 형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후 갤브레이스는 『풍요로운 사회, The Affluent Society』(1958)에서 “생산의 증대가 사회적 성공의 최종적인 기준이 아니다”라며 풍요로운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모순을 비판했다. 갤브레이스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 복지, 보건 등의 부문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공공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갤브레이스가 스스로 자신의 사상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대표작으로 언급한 『새로운 산업국가, The New Industrial State』(1967)는 거대기업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계획화체제’를 다루고 있다. 계획화체제란 소수의 판매자가 수많은 상품시장을 지배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은 현실의 시장에서 기업이 만들어내는 광고나 조작 등에 의해 소비자의 선택이 조종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거대기업은 소비를 조장하는 힘을 갖게 되고 이들은 필연적으로 국가와 결합해 권력을 얻는다. 갤브레이스는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입을 수 있는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계획화체제를 선택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시장 원리에 의해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거대기업조직이 권력을 갖고 경제활동을 이끈다. 갤브레이스는 특히 기업의 계획화체제에서 의사결정을 이루는 주체는 기업을 이끄는 소수 기술[]과학자들이며, 이들이 경제활동을 결정하는 의사과정을 ‘기술구조(Techno- Structure)’라고 정의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불확실성의 시대, The Age of Uncertainty』(1977)는 1970년대 그가 강연자로 나선 BBC의 TV 강연회 프로그램을 책으로 집필한 것이다. 이 방송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이 책은 약 200년 간의 경제학사를 조망하며 경제사적 인물과 그들의 사상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정리한 교양서적으로 경제사뿐만 아니라 사회사상사도 함께 다루고 있다.

그러나 갤브레이스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대중적 인지도에 비해 낮은 편이다. 홍기현 교수(경제학부)는 “갤브레이스는 방송 강연과 다양한 저서를 통해 독자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경제학계에서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제 활동을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을 주창하는 주류 경제학에 반기를 든 그의 이론을 과거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 실제 업적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존 갤브레이스 (John Kenneth Galbraith, 1908~2006)

미국의 진보파 경제학자인 갤브레이스는 캐나다 몬타리오에서 태어나 토론토대, 캘리포니아 주립대와 하버드대에서 수학했다. 민주당 경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1961년부터 3년간 케네디 대통령의 위촉으로 인도 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했다. 하버드대 교수와 미국경제학회 회장을 지냈다. 주요저서로는 『미국자본주의, American Capitalism-The Concept of Countervailing Power』(1952), 『새로운 산업국가, The New Industrial State 』(1967), 『불확실성의 시대, The Age of Uncertainty』(197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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