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전선집』 발간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 중 유일한 미출간 도서였던 『과학고전선집』이 최근 발간됐다. 서울대 권장도서선정위원회는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서양근대과학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자’ 과학고전 선집(選集) 출간을 계획해 왔다.

선집에는 ‘과학 혁명기’라 불리는 16~17세기의 과학고전들을 발췌해 실었다. 과학 혁명의 시작을 알린 코페르니쿠스부터 과학혁명을 완성했다고 불리는 뉴튼까지 총 6명의 과학자들이 쓴 9권의 책에서 발췌한 부분에는 편역자 홍성욱 교수(생명과학부)의 간략한 설명이 각각 달려 있다. 

이 책의 첫 장에서는 토머스 쿤이 ‘과학에 혁명을 가져온 책’이라 일컬은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가 소개됐다. 코페르니쿠스는 이 책에서 행성이 지구에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 하는 불규칙성을 근거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바로 ‘지구를 포함한 행성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운동한다’는 지동설이다. 이는 당시의 종교적 세계관을 뒤흔든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책의 서문에서 지동설이 하나의 ‘가설’일 뿐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 이론은 당시 지식인 사이에서 점차 널리 퍼져 갈릴레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 이론을 체계적으로 증명하는 『대화』 등의 책을 썼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돈다면 하늘 위로 던진 돌은 제자리에 떨어질 수 없을 것’이라는 반박에 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갈릴레오는 ‘지구가 돌 때 지구 위의 돌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제자리에 떨어지는 것’이라고 답한다. 이 설명 과정에서 갈릴레오는 저항이 없는 표면과 완벽하게 둥근 공을 가정하는 등 자연을 추상화[]수학화하는 근대 자연과학의 전통을 수립했다. 그러나 이 주장으로 갈릴레오는 교회에 의해 종신가택연금형을 받았다.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은 의학 분야에서도 일어났다. 영국의 의학자 하비는 피가 인체의 각 부분에서 사용돼 없어진다는 고대 의학이론을 뒤엎었다. 그는 『동물의 심장과 피의 운동에 대한 해부학적 논고』에서 동맥을 통해 온 몸으로 전달된 피가 정맥을 통해 되돌아온다는 근대의학의 정설을 밝혀냈다.

선집은 뉴튼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와 『광학』으로 끝을 맺는다.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으로 불리는 유명한 뉴튼의 운동법칙 증명과정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강현배 교수(수리과학부)는 “과학은 빠른 속도로 변하기 때문에 고전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과학이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살피고 과학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과학고전 읽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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