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MZ(비무장지대)판문벌 환경생태 조사단 단장 김귀곤 교수(조경ㆍ지역시스템공학부)

‘DMZ 판문벌 환경생태조사단’(생태조사단)은 지난해 11월부터 비무장지대의 생태를 조사하고 있다. 생태조사단은 식생, 토양, 포유류 등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 약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비무장지대를 관할하는 유엔사의 허가로 오는 2007년까지 조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 1996년부터 행해져 왔던 비무장지대 환경조사는 개발 사업에 따른 환경영향조사였던 데 비해 이번 생태조사는 순수하게 생태 조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생태관리를 위해 생물이 살고 있는 서식처를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종과 생태를 함께 연구해 근본적인 자연환경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생태조사단 단장 김귀곤 교수(조경ㆍ지역시스템공학부)는 지난 2일(수) 동국대에서 열린 ‘DMZ 생태ㆍ평화 국제학술회의’에서 그동안의 비무장지대 생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파주 판문벌 사천천의 습지 모습

 

비무장지대의 자연 생태계 현황과 그 가치에 대해 소개해 달라. 

현장조사 결과 비무장지대는 물의 흐름이 다양해 연못, 저수지, 강 등이 형성돼 습지가 발달했음을 알게 됐다. 습지는 초지나 산림에 비해 단위 면적당 부양할 수 있는 생물종이 다양해 생태 가치가 크다. 현장조사한 비무장지대 전체 습지를 서울대 환경생태계획연구실에서 유형별로 구분한 결과, 이 지역에는 특히 ‘묵논습지’가 발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무장지대의 묵논습지는 반세기 동안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농지가 습지로 변한 것으로,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

습지 외에도 비무장지대에는 산림, 초지 등 다양한 생태계가 형성돼 있어 다양한 생물종이 살고 있다 . 지금까지 판문벌 지역에서 파악된 생물은 총 1307종이다. 이 중 72종은 삵, 말똥가리 등 천연기념물과 두루미, 수리부엉이 같은 환경부 멸종위기종 등 특정보호종으로 지정된 것들이다.

비무장지대 생태를 위협하는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나. 

지난 2000년 6ㆍ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경의선[]동해선 및 남북 연결 도로가 완공되고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비무장지대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비무장지대 판문벌지역의 경우, 농로 및 농수로의 콘크리트 조성과 지역주민들의 과도한 농[]어업활동으로 인해 생태 교란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습지가 농경지로 개간되고, 과도하게 사용된  농약[]비료가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다. 또 하천에 마구잡이로 설치한 어망은 많은 어류를 폐사시키고 있다.

파주시 사천천 저수지에서는 남한에서 도입한 외래종인 베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베스는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는 위해종으로 북한에까지 확산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무장지대의 자연 생태계 보전 방안은?

비무장지대의 생태 보전 및 복원을 위해서는 남[]북한 공동생태조사가 필요하다. 최근 판문벌 지역에서 천연기념물인 독수리 사체 7개가 발견됐는데, 현재 북한과의 정보교류가 없어 자세한 사인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외래종확산, 습지 훼손 등은 남ㆍ북한이 함께 협력해야 관리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 비무장지대는 군사보호구역으로 자연공원법, 자연환경보전법, 습지보전법 등의 적용을 거의 받지 않는다.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는 개발계획이 실행되기 전에 비무장지대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

비무장지대를 ‘유네스코 접경생물권 보장지역’이나 ‘람사사이트(람사협약으로 보호하는 습지)’로 지정해 국제협약과 프로그램으로 보호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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