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지음, 창비, 9천8백원, 298쪽

인간이 살아가며 느끼는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여기저기 산해진미를 찾아나서는 미식가처럼 세상의 별미를 맛보는 것도 좋지만 음식에 어린 추억을 음미하는 것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저자는 ‘음식 이야기는 곧 소풍’이라는 생각에서 음식과 그에 얽힌 추억담을 산문집으로 엮었다.

이 추억담들은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하다. 말 그대로 ‘김과 밥’만으로 만든 김밥의 담백한 맛에서 자연 속에 은둔하던 소로를 떠올리며 ‘소로 영감 김밥’이라 부르던 일,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정성스레 만든 김밥을 IMF의 여파로 단돈 1천원에 팔던 아지매, 조그마한 식당 뒷마당에서 얌전히 석쇠에 고기를 굽던 아낙네가 대형식당을 세워 오만해진 이야기 등이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제비도 아닌데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맛있는 고기는커녕 풀과 나뭇잎만 먹다가 맛있는 고기로 먹혀야 하는 초식동물의 서글픈 운명”에서 저자의 문체가 가지는 위트를 느낄 수 있다. 만화가 김경호의 재치있는 만화가 글의 재미를 더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