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지나친 ‘참여’


문화관광부(장관:이창동)가 추진 중인 문화예술진흥법(문예진흥법) 개정을 놓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한쪽에서는 참여정부의 개혁의지를 환영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코드 맞는’ 사람들끼리 대중문화를 장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24일(금) 국회에서는 ‘문예진흥법 개정에 관한 심포지엄’이 ‘국회 대중문화&미디어 연구회’(회장:김덕룡) 주최로 열렸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6개월만에 문화예술 각 분야의 기관 단체장이 거의 모두 진보진영 인사들로 교체된 데 이어 문화관광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이 움직임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된 문화계 양측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정부 입법 사안에 대한 논란이 국회 심포지엄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이 문제가 문화예술계 전반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대한 것임을 시사한다.

 

정부가 제시한 문예진흥법 개정안은 원장 1인에게 집중된 지금의 ‘문화예술진흥원’(문예진흥원)을 위원회 체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현행 독임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11명의 위원회에서 문화정책 및 지원 결정권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문예진흥위원회’는 개정 법률안 국회통과 후 6개월 안에 시행령을 만들어 구체안을 확정한 뒤 출범할 예정이다.

 

개정 법률안 가운데 위원회 구성방법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23조에는 11인의 위원을 문화관광부 장관이 구성하도록 돼 있다. 현 정부안은 운영의 효율성만을 생각한 ‘코드 인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위원회 체제 내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른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으려면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선정위원회’를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위원회 형식 자체의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 “해당 분야 전문성의 한계와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의견수렴의 곤란”이라는 입법 주체측의 주장은 최근 별다른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이는 현행 체제에서도 보완이 가능하다.

 

또 문화 예술 분야가 셀 수 없이 다양하고 세부 분야 안에도 분파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민간 예술인들로 이뤄진 11인의 위원회는 형식적 민주성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정부 산하의 공적기관에서 예술인이 또 다른 예술인을 재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자율, 참여, 분권이라는 참여정부의 3대 가치를 문화 영역에 반영한다”는 정부 취지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허울뿐인 참여나 민주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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