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늠네 집은 안팎을 벵골보리수 잎과 야자 잎으로 장식했다…….” 황순원의 「소나기」와 비견되는 인도네시아 단편 소설 「이늠」의 한 구절이다. 벵골보리수 잎으로 장식된 집이 유럽의 옛 성보다 낯설게 다가온다. 이렇듯 아시아문학은 영미유럽문학에 비해 아직은 생소한 분야다.


‘아시아문학 교류의 공간’을 표방하는 문예계간지 『아시아』가 창간됐다. 창간호인 『아시아』 봄호는 한·중·일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몽골, 팔레스타인 등 아시아 각국 작갇평론가들의 글을 담았다. 소설가인 발행인 이대환씨는 “『아시아』의 편집위원들은 예전부터 몽골, 베트남 등의 현지 작가들과 문학교류를 하며 아시아문학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고 창간 배경을 밝혔다.

『아시아』 창간호에서는 인도네시아 작가 프라무디아, 중국 작가 모옌, 팔레스타인 작가 자카리아 모하메드 등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대표 작갗로 평가받는 프라무디아의 단편소설 「이늠」은 네덜란드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인도네시아의 역사와 다민족 국가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모옌은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 문학계에서 자신이 활동한 내용이 담긴 글 「중국 작가로 산다는 것」을 썼다.

팔레스타인 작가 자카리아 모하메드는 한국을 여행하며 느낀 바를 적은 산문 「연꽃 먹는 사람들」을 기고했다. 이밖에 초원에서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몽골인의 모습을 그린 몽골 시인 K. 칠라자브의 「레퀴엠」 등의 시도 만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아시아 각국의 다채로운 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다.

한국 작가의 글로는 방현석 교수(중앙대 문예창작과)의 창간사 「레인보 아시아」와 신인 작가 하재영씨의 단편 소설 「달팽이」 등이 수록됐다.

『아시아』의 모든 작품은 각각 한국어와 영어로 번역돼 함께 실렸다. 아시아 각국의 참여를 위해서는 공통의 언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여름호는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유럽·미국 등 세계 각국의 동아시아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과 도서관 등에 2천부 가량 배부될 예정이다. 편집위원 방민호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다양한 아시아문학과의 소통을 통해 아시아 국가 간의 유대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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